늙은 킬러에게 남은건 오직 정의감뿐…영화 '메모리'
청부살인업자 알렉스(리엄 니슨 분)는 수십 년 동안 손에 피를 묻히고 살아왔다.

이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는 그는 주저했던 살인 의뢰를 받아들인다.

태블릿에 저장한 사진을 반복해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타깃을 찾아 나선다.

영화 '메모리'는 쇠퇴하는 기억력의 한계 속에서도 악행을 저지른 인물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려는 늙은 킬러의 이야기다.

주인공 캐릭터 설정은 같은 뜻의 라틴어 단어를 제목으로 단 '메멘토'(2000)와 닮았다.

알렉스가 호텔 방번호 따위를 팔목에 적어 기억하는 오마주도 나온다.

심지어 '메멘토'의 주인공 가이 피어스가 또 다른 주연으로 등장한다.

늙은 킬러에게 남은건 오직 정의감뿐…영화 '메모리'
그러나 '메멘토'의 셸비가 충격으로 인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였다면, '메모리'의 알렉스는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기억상실을 겪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알렉스는 사람을 죽이러 가면서도 약을 복용해야 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알렉스의 청부살인 대상은 멕시코 인신매매 조직과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목표물을 마주한 순간 마음을 고쳐먹고 거꾸로 살인을 의뢰한 세력을 겨냥하게 된다.

알렉스의 정의감이 불타오른 이유는 목표물이 열세 살 소녀였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자신에게 사례비를 주고 살인을 맡긴 이들을 하나씩 찾아내 처단한다.

동시에 빈센트(가이 피어스)를 비롯한 FBI(미연방수사국) 요원들에게도 쫓긴다.

늙은 킬러에게 남은건 오직 정의감뿐…영화 '메모리'
"난 오랫동안 나쁜 놈이었소. 하지만 그들은 벌을 받아야 하오." 베테랑 킬러가 총구를 돌연 돌려세우게 된 계기가 목표물의 나이와 성별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변심은 다소 어색하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얼음 같은 냉철함이 요구되는 프로페셔널 킬러에게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목숨의 값어치가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킬러라는 캐릭터는 흥미롭지만, 기억상실을 다루는 방식은 '메멘토'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관객 기대를 밑돈다.

알렉스의 기억상실은 이야기 전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오로지 킬러 알렉스 또는 칠순 액션스타 리엄 니슨의 늙음을 상징하는 장치로 소비되고 만다.

늙은 킬러에게 남은건 오직 정의감뿐…영화 '메모리'
마동석의 호쾌한 맨주먹 액션에 눈높이를 맞춘 한국 관객이라면, 철사로 목을 감고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으로 일을 처리하는 리엄 니슨의 액션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외려 총을 맞아 구멍 난 복부를 자가 치료하는 그의 모습이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모니카 벨루치가 부동산 재벌이자 악당 세력의 배후 인물로 나온다.

14일 개봉. 113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