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팀의 국제 학회 발표 논문이 표절로 드러난 가운데, 같은 연구팀의 또 다른 논문이 해외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논문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아들인 이모씨가 1저자로 발표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홍콩·중국 논문 표절 의심

서울대 AI 연구팀, 표절 의혹 또 터졌다
1일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은 지난해 6월 발표된 ‘Energy-efficient Knowledge Distillation for Spiking Neural Networks(스파이크 신경망을 위한 에너지 효율적인 지식 증류법)’다. 앞서 지난달 24일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과 마찬가지로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이다. 이 장관의 아들인 서울대 박사과정생 이모씨가 1저자로, 윤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공저자 3명 중 2명은 먼저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논문에도 참여한 대학원생들이다.

이 논문이 표절한 해외 논문은 두 개로, 2019년 홍콩계 AI 기업인 센스타임 연구팀 논문과 2021년 중국 장쑤대 연구팀 논문이다. 본지가 논문들을 대조한 결과 이씨의 논문은 해당 논문과 적게는 18단어로 이뤄진 한 문장, 많게는 44단어로 이뤄진 두 문장을 거의 그대로 옮겨 실었다. 학계에 따르면 인용 표시를 한 경우라도 여섯 단어 이상 연쇄적으로 표현이 일치할 경우 표절로 본다.

○비동사만 바꾸고 그대로 베끼기도

표절 대상 논문으로 지목된 센스타임 연구진 논문의 제목은 ‘Knowledge Distillation via Route Constrained Optimization’. 이씨의 논문 3쪽, 2.2절 첫 번째 문장은 이 논문에서 26개 단어로 이뤄진 한 문장과 거의 같다. 원문의 ‘is’를 ‘has been’으로 바꾼 것 말고는 완전히 똑같은 문장이다. 센스타임 논문에 대한 인용 표시도 없다.

이 부분은 관련 선행 연구를 설명하는 대목으로, 코넬대 연구진이 2006년 발표한 논문을 인용 표시했다. 이씨의 논문은 센스타임 연구진이 코넬대 연구진의 논문을 자신들의 언어로 새롭게 요약, 인용한 대목을 그대로 베껴온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논문과 센스타임의 논문이 동일하게 코넬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했다고 하더라도 문장이 똑같다면 표절로 판정될 수 있다. 연구윤리를 원칙대로 따른다면 이씨는 센스타임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코넬대 연구진의 논문을 자신의 말로 새로이 요약해야 한다.

같은 문단의 또 다른 문장도 센스타임 논문의 18단어 한 문장과 비슷하다. 괄호 속의 표현을 삭제하고, 단어 ‘can’을 추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12단어가 동일하다.

두 번째 표절 의혹 대상 논문은 중국 장쑤대 연구자 등이 지난해 3월 ‘컴퓨터 비전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mputer Vision)’을 통해 발표한 ‘Knowledge Distillation: A Survey’라는 논문이다.

이씨의 논문 3쪽에 44개 단어로 구성된 두 문장은 장쑤대 논문의 두 문장을 가져와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쑤대 원문의 ‘targets’라는 단어를 ‘labels’로 바꾼 것과 전치사, 관사 몇 개를 교체한 것 말고는 문장의 구조와 단어 선택이 똑같다. 한국경제신문은 윤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서울대 “표절 조사 진행 중”

윤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4일 앞서 제기된 논문 표절 의혹으로 서울대 자체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에서 발표한 논문이 문제가 됐다. 2018년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물 등 10편이 넘는 논문에서 문장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연구팀이 이를 인정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서울대는 지난달 27일 총장 직권으로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를 소집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생 김모씨를 비롯해 교신저자 윤 교수, 다른 서울대 소속 공저자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결과 보고서는 조사위를 구성한 지난달 27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