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론·대표권한 축소론 등 수세…친명, 룰확정 前 대대적 반격
대표권한 힘빼기 우려한듯…권리당원·여론조사 비중 확대 요구도
계파갈등 재점화 우려도…당사자들은 "우린 친명계 아냐"
'이재명 포위 공세'에 친명 집단행동…李, 등판 결심 굳힌듯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룰 확정을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상임고문의 불출마 요구가 나오고, 여기에 '97그룹(70년대생·90년대 학번)' 세대교체론이 부상한데 이어 당 대표 권한 축소 논의가 오가는 등 이 고문을 겨냥한 포위공격 속에 수세에 몰렸던 이들이 반격에 나선 듯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잠잠했던 친명계 의원들이 전대 룰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 자체가 이 고문이 사실상 출마를 결심한 방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포위 공세'에 친명 집단행동…李, 등판 결심 굳힌듯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박찬대, 김남국, 문진석 의원 등 14명의 의원은 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 전대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전대 룰과 관련한 두 가지의 요구가 담겼다.

이 중 하나는 대의원의 투표반영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3월 대선을 전후해 이 고문을 지지하는 성향의 권리당원 입당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이는 전대 출마를 고려하는 이 고문에게 유리한 제안이다.

입장문에 담긴 다른 요구는 당내에서 최고위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도체제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출마 시 이 고문의 당 대표직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 대표 권한을 분산해서는 안 된다는 이 같은 제안은 역시나 이 고문에게 나쁜 것이 없다.

정 의원 등의 이날 회견이 결국은 코너에 몰린 '이재명 구하기'의 일환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들어 이 고문의 불출마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에 이어 홍영표 의원까지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며 이 고문을 향한 불출마 압박도 커지고 있다.

'97그룹'의 출마선언 등 세대교체 요구까지 분출하는 상황에서 친명계로서는 이를 방치할 경우 이 고문이 고립되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

아울러 지도체제 변화 등 이 고문에게 불리한 룰 개편을 차단하는 실리적인 면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 대표 권한이 강한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최고위원 권한을 강화한다면 이 고문이 대표직에 올라도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표 권한이 약해진 지도체제 아래에서는 이 고문이 숱한 반대 속에 출혈을 감수하며 전대에 나설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입장을 발표한 의원들도 "당원 동지들과 민의가 반영된 전대를 통해 새로운 혁신 지도부를 선출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혁신하고 쇄신하도록 준비하는 데 함께 해달라"며 당 대표의 막강한 권한 행사에 방점을 찍었다.

권리당원 투표의 비중 확대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권리당원에 대한 선거권 부여 기준을 '6개월 이상 당비 납부'로 할지, '3개월 이상 납부'로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만일 '6개월 이상'으로 결론이 난다면 대선 때 유입된 권리당원들의 투표권이 제약될 수 있다.

이처럼 이 고문에게 불리한 쪽으로 룰 세팅 논의가 흘러가면서 전대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고문 측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친명계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잇따른 선거 패배 후 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계파 갈등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친명계 일부를 제외하면 이 고문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의원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고문의 '마이웨이'는 친문계 등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2015년 전당대회 당시 전대 불출마 요구 속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출마를 고수했던 친문 진영과 현재의 친명계가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입장을 발표한 의원들은 자신들이 '친명계'로 분류되는 데 선을 그었다.

대선 당시 이 고문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은 입장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계라는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특정인을 대상으로 전대 룰을 (이야기)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