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크라전 2라운드 다짐했지만 기약없는 전쟁·고물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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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7·나토 연쇄 정상회의서 군사력 증강·추가 제재로 러시아 압박
소모전 장기화 전망에 서방 지원 의지 관건…'종전 조건' 이견도 지난 한 주 유럽에서는 서방 진영의 굵직한 정상회의가 세 차례 연쇄적으로 열렸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이 만나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는 '단일 대오'를 확인했다.
이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결의하고 유럽 지역 군사력을 냉전 수준으로 증강하면서 장기전이 될 두번째 라운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40여 년 만의 인플레이션에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 외에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한계에 부닥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선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토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방어태세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미국도 폴란드에 제5군단 사령부를 상시 주둔하기로 하는 등 유럽 내 군사력을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확대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8억달러 규모의 군사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도 지난달 26∼27일 독일에서 만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와 금 수입 금지 등 추가 제재를 내놓으며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도 정상회의를 계기로 올해 안으로 러시아를 몰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여한 G7 정상회의에서 연말까지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서 반격에 필요한 첨단무기를 요청했다.
러시아가 동부 점령지에 견고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전에 대대적인 반격으로 영토를 수복하겠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구상이다.
이에 앞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선 우크라이나를 회원 후보국 지위로 '초고속 승인'해 러시아에 대한 전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반 시가전의 이점을 살리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으나 동부 전선에서 소모전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힘에 부치는 흐름이다.
러시아가 압도적인 화력 우위를 내세워 서서히 전진하면서 동부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를 함락했고 이웃 도시 리시찬스크까지 위협하고 있다.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며 세 결집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해방' 등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방의 연쇄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더 큰 규모로 군사 지원하겠다는 다짐만 있었을 뿐 국제적 갈등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외교적 해법' 또는 '평화협상'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희망과는 별개로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에 큰 손해를 입었지만, 우크라이나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 어느 쪽도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 러시아군이 점진적인 전진만 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할 정도의 전환점은 만들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 될 공산이 가장 크다며 "상당히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피터 헐트그비스트 스웨덴 국방부 장관은 폴리티코에 "전쟁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속해서 지원해야 한다.
지원 없이는 몹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이 수년 간 이어지면 서방의 지원 의지와 관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토, G7 정상회의에서 서방 지도층과 일반 소비자가 러시아 제재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고물가가 11월 중간선거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인이 언제까지 전쟁 때문에 비싼 기름값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는 "필요할 때까지"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더 많은 나라를 침공하지 못하도록"이라고 답했다.
NYT는 현재까지는 미국의 여야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더 큰 비용이 들어가면 다른 나라의 방어에 돈을 쓰는 것을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종전 조건'을 둘러싼 서방과 우크라이나 간에 이견도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화와 영토를 주고받는 협상 자체를 거부해왔다.
반면 서방 지도자들은 구체적인 종전 조건을 명시한 적이 없으며 러시아를 격퇴한다는 모호하고 일반적인 표현만 사용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협상을 통한 종전을 촉구해왔다.
/연합뉴스
소모전 장기화 전망에 서방 지원 의지 관건…'종전 조건' 이견도 지난 한 주 유럽에서는 서방 진영의 굵직한 정상회의가 세 차례 연쇄적으로 열렸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이 만나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는 '단일 대오'를 확인했다.
이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결의하고 유럽 지역 군사력을 냉전 수준으로 증강하면서 장기전이 될 두번째 라운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40여 년 만의 인플레이션에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 외에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한계에 부닥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선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토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방어태세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미국도 폴란드에 제5군단 사령부를 상시 주둔하기로 하는 등 유럽 내 군사력을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확대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8억달러 규모의 군사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도 지난달 26∼27일 독일에서 만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와 금 수입 금지 등 추가 제재를 내놓으며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도 정상회의를 계기로 올해 안으로 러시아를 몰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여한 G7 정상회의에서 연말까지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서 반격에 필요한 첨단무기를 요청했다.
러시아가 동부 점령지에 견고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전에 대대적인 반격으로 영토를 수복하겠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구상이다.
이에 앞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선 우크라이나를 회원 후보국 지위로 '초고속 승인'해 러시아에 대한 전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반 시가전의 이점을 살리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으나 동부 전선에서 소모전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힘에 부치는 흐름이다.
러시아가 압도적인 화력 우위를 내세워 서서히 전진하면서 동부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를 함락했고 이웃 도시 리시찬스크까지 위협하고 있다.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며 세 결집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해방' 등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방의 연쇄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더 큰 규모로 군사 지원하겠다는 다짐만 있었을 뿐 국제적 갈등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외교적 해법' 또는 '평화협상'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희망과는 별개로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에 큰 손해를 입었지만, 우크라이나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 어느 쪽도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 러시아군이 점진적인 전진만 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할 정도의 전환점은 만들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 될 공산이 가장 크다며 "상당히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피터 헐트그비스트 스웨덴 국방부 장관은 폴리티코에 "전쟁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속해서 지원해야 한다.
지원 없이는 몹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이 수년 간 이어지면 서방의 지원 의지와 관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토, G7 정상회의에서 서방 지도층과 일반 소비자가 러시아 제재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고물가가 11월 중간선거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인이 언제까지 전쟁 때문에 비싼 기름값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는 "필요할 때까지"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더 많은 나라를 침공하지 못하도록"이라고 답했다.
NYT는 현재까지는 미국의 여야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더 큰 비용이 들어가면 다른 나라의 방어에 돈을 쓰는 것을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종전 조건'을 둘러싼 서방과 우크라이나 간에 이견도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화와 영토를 주고받는 협상 자체를 거부해왔다.
반면 서방 지도자들은 구체적인 종전 조건을 명시한 적이 없으며 러시아를 격퇴한다는 모호하고 일반적인 표현만 사용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협상을 통한 종전을 촉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