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도서전 주빈국 참여 계기…"마약, 폭력 등 상상초월 현실 그려"
마르케스 '동유럽 기행' 등 콜롬비아 작품 국내서 잇단 출간
한국과 콜롬비아 수교 60주년을 맞아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이 국내에서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그간 콜롬비아 작가들의 책이 이따금 소개됐지만 지난 4월 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에 한국이, 이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콜롬비아가 주빈국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번역 출간이 활발해졌다.

민음사는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의 '동유럽 기행'을 펴냈다.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과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동유럽 기행'은 마르케스가 1950년대 말, 철의 장막이 드리운 동유럽과 소비에트연방을 두루 다니며 겪은 여행 에세이다.

20대 젊은 작가이자 기자이던 그는 여행의 기록을 '철의 장막에서 보낸 90일'이란 제목의 기사로 썼고 1978년 책으로 출간했다.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직접 경험하고 쓴 책으로, 정치 체제가 영향을 미친 각국의 삶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사회주의를 선망한 것으로 알려진 작가가 구 소련을 인식하는 다른 관점도 엿볼 수 있다.

마르케스 '동유럽 기행' 등 콜롬비아 작품 국내서 잇단 출간
'시인의 나라' 콜롬비아의 대표 시인 12명의 작품을 모은 시선집 '우리가 노래했던 바람'과 작가 10명의 단편집 '살아내기 위한 수많은 삶'(사회평론)도 동시 출간됐다.

국내에 콜롬비아 시선집과 단편집이 출간된 건 처음이다.

'우리가 노래했던 바람'에는 레온 데 그레이프, 아우렐리오 아르투로, 메이라 델마르 등의 시인이 콜롬비아의 풍요로운 자연부터 삶과 사랑, 말과 유산, 조국과 고독, 기억과 폭력을 다채로운 어조로 노래했다.

'살아내기 위한 수많은 삶'은 라우라 오르티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존 베터 등의 작품을 엮었다.

콜롬비아의 문화와 역사에 거리감이 있더라도 현대 사회 불평등과 인간의 욕망, 자연 착취와 수탈로 인한 기후 위기, 이민과 망명 등의 이야기는 접점이 있다.

마르케스 '동유럽 기행' 등 콜롬비아 작품 국내서 잇단 출간
최근 소개된 콜롬비아 작품들은 더 있다.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콜롬비아 하층민의 삶을 다룬 페르난도 바예호의 '청부 살인자의 성모'(민음사), 젊은 시인이 겪은 사랑과 폭력이 뒤엉킨 모험인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의 '소용돌이'(문학과지성사), 콜롬비아 역사를 바꾼 두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폐허의 형상'(문학동네)이 국내 독자들과 만났다.

'동유럽 기행'과 '우리가 노래했던 바람', '청부 살인자의 성모' 등을 번역한 송병선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는 "콜롬비아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마약, 게릴라 등 폭력적인 현실에 시달렸다"며 "이곳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직접 목도한 상상을 초월하는 치열한 현실을 작품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