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생리량이 왜 많아졌지?…'월경과다증' 의심해보세요
생리량 80mL 이상이면 의심
동전 크기 핏덩이 나오거나
평소 없던 극심한 통증 등 증상
호르몬 불균형 등 원인 다양
'월경과다 증상' 응답자 75%
질환 인식 못해 치료 받지 않아
인식 부족…소극적 대처로 병 키워
월경과다증은 건강한 여성 중 많게는 20%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건강한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량은 평균 35mL 정도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한 월경주기당 80mL 이상이면 통상 월경과다증이라고 판단한다. 평소 사용하는 생리대 개수의 두 배 이상을 사용하거나 밤에 생리대를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할 정도로 양이 많은 경우, 동전 크기 이상의 핏덩이가 나오거나 평소 없던 극심한 월경통을 동반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월경과다증을 의심해야 한다.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 난소의 기능 이상,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갑상샘 문제 등 다양하다. 환자는 점점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24만9749명이던 국내 월경과다증 환자는 2021년 38만5013명을 기록하며 5년 새 54% 급증했다. 또 10대에서 60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났다. 초경부터 폐경까지 월경 전 주기 내내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 증상이 생기더라도 산부인과에 내원해 치료받는 여성의 비율은 매우 낮다. 월경과다증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산부인과 인식 및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2%(699명)가 생식건강 이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56.9%(398명)는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이엘코리아가 지난해 20~40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월경과다증 인식 및 치료 현황’ 설문조사에서도 ‘월경과다 증상을 겪었다’고 응답한 여성의 74.8%는 이를 질환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산부인과에 방문해 치료까지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그쳤다.
산부인과에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68.4%가 ‘월경과다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가 가장 많았다. 이어 ‘월경량이 정상 수준보다 많다고 인식하지 못해서’(54.7%), ‘귀찮아서’(38.1%), ‘산부인과 진료 자체에 거부감이 들어서’(23.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 산부인과적 증상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산부인과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이 원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술·약물치료 등으로 개선 가능
월경과다증은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산부인과에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악화할 경우 호흡곤란과 피로, 무기력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월경량으로 생리대를 반복해서 교체해야 하므로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도 불편함을 끼친다. 증상을 방치해 월경과다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철 결핍성 빈혈을 야기하는 등 전반적인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진단을 통해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연령과 성경험 유무, 일시적 혹은 장기적인 피임을 원하는지 여부, 월경곤란증의 유무, 호르몬 치료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치료법이 결정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은 과다월경 환자에게 자궁 내 시스템(LNG-IUS) 시술을 1차 치료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자궁 내 시스템은 시술이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어 월경과다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효과가 뛰어난 편으로 월경량이 최대 96%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치료법이 어려우면 트라넥사민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같은 비호르몬 제제, 복합 경구 피임약이나 경구 프로게스토겐 같은 호르몬 제제를 투여한다. 출혈 조절에 사용되는 트라넥사민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월경과다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이 정해지기 전 약물 치료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약물 치료를 시행했으나 월경 3주기 이내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
최영식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과다증은 여성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임에도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에 내원하는 여성의 비율이 매우 낮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궁 내 시스템 삽입은 효과적이면서 오랜 기간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일부 환자가 우려하는 체중 증가나 탈모 등의 부작용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사례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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