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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은 여성 건강의 척도다. 건강한 가임기 여성이라면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월경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여성의 몸 상태 전반을 살펴보려면 생리주기와 생리량,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등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면 된다. 평소보다 월경량이 갑자기 많아져 생리대나 탐폰 교체 횟수가 늘어난다면? 급기야 활동에 제약이 생길 정도로 악화하고, 극심한 월경통까지 동반된다면?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월경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월경과다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식 부족…소극적 대처로 병 키워

어! 생리량이 왜 많아졌지?…'월경과다증' 의심해보세요
월경과다증은 건강한 여성 중 많게는 20%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건강한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량은 평균 35mL 정도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한 월경주기당 80mL 이상이면 통상 월경과다증이라고 판단한다. 평소 사용하는 생리대 개수의 두 배 이상을 사용하거나 밤에 생리대를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할 정도로 양이 많은 경우, 동전 크기 이상의 핏덩이가 나오거나 평소 없던 극심한 월경통을 동반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월경과다증을 의심해야 한다.

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 난소의 기능 이상,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갑상샘 문제 등 다양하다. 환자는 점점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24만9749명이던 국내 월경과다증 환자는 2021년 38만5013명을 기록하며 5년 새 54% 급증했다. 또 10대에서 60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났다. 초경부터 폐경까지 월경 전 주기 내내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 생리량이 왜 많아졌지?…'월경과다증' 의심해보세요
이상 증상이 생기더라도 산부인과에 내원해 치료받는 여성의 비율은 매우 낮다. 월경과다증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산부인과 인식 및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2%(699명)가 생식건강 이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56.9%(398명)는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이엘코리아가 지난해 20~40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월경과다증 인식 및 치료 현황’ 설문조사에서도 ‘월경과다 증상을 겪었다’고 응답한 여성의 74.8%는 이를 질환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산부인과에 방문해 치료까지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그쳤다.

산부인과에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68.4%가 ‘월경과다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가 가장 많았다. 이어 ‘월경량이 정상 수준보다 많다고 인식하지 못해서’(54.7%), ‘귀찮아서’(38.1%), ‘산부인과 진료 자체에 거부감이 들어서’(23.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 산부인과적 증상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산부인과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이 원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술·약물치료 등으로 개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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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과다증은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산부인과에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악화할 경우 호흡곤란과 피로, 무기력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월경량으로 생리대를 반복해서 교체해야 하므로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도 불편함을 끼친다. 증상을 방치해 월경과다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철 결핍성 빈혈을 야기하는 등 전반적인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

진단을 통해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연령과 성경험 유무, 일시적 혹은 장기적인 피임을 원하는지 여부, 월경곤란증의 유무, 호르몬 치료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치료법이 결정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은 과다월경 환자에게 자궁 내 시스템(LNG-IUS) 시술을 1차 치료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자궁 내 시스템은 시술이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어 월경과다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효과가 뛰어난 편으로 월경량이 최대 96%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치료법이 어려우면 트라넥사민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같은 비호르몬 제제, 복합 경구 피임약이나 경구 프로게스토겐 같은 호르몬 제제를 투여한다. 출혈 조절에 사용되는 트라넥사민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월경과다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이 정해지기 전 약물 치료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약물 치료를 시행했으나 월경 3주기 이내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

최영식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과다증은 여성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임에도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에 내원하는 여성의 비율이 매우 낮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궁 내 시스템 삽입은 효과적이면서 오랜 기간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일부 환자가 우려하는 체중 증가나 탈모 등의 부작용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사례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