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에서 개혁 인사 진출하는 데 역량 모을 것"
"다른 계파와 함께 해체 필요" 신중론도
'수박 논쟁' 속 해체론까지…수세 몰린 처럼회의 향후 행보는
검찰개혁 이슈에서 강경론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 '처럼회'가 대선과 지방선거 연이은 패배에 따른 당 내홍 속에 해체 요구에 맞닥뜨렸다.

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과 친이재명계이자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의 '수박 논쟁'에서 시작한 갈등의 불씨가 처럼회 해체 문제로 옮겨붙은 모습이다.

처럼회 해체론은 "'수박'을 부르짖는 정치 훌리건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 이원욱 의원이 지난 11일 처럼회 역시 더는 모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불이 붙기 시작했다.

'수박'은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가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쓰는 멸칭이다.

이원욱 의원의 공개 발언으로 시작된 해체론은 당내 일각에서 공감대를 얻으며 조금씩 커지고 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에서 "민평련, 민주주의 4.0, 더 좋은 미래, 처럼회 등 계파모임 작용을 하는데 마치 공부 모임인 것처럼 둔갑했다"면서 "실질은 계파 아닌가.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처럼회가 여타 계파에 비해 역사가 짧다는 지적에는 "오래 했든 짧게 했든 2년 넘게 하지 않았나"며 이원욱-김남국 의원의 '수박 논쟁'에 관해서는 "대화 내용이 쪼잔해 보인다.

좀 찌질하다"고 말했다.

처럼회 해산 공방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계파에 상관없이 처럼회에 문제가 많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많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처럼회가 초기 취지와는 달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멤버인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힘을 실어줬다는 논란 등이 나오며 당이 중도층 지지를 잃는 데에 일조했다는 비판이다.

'수박 논쟁' 속 해체론까지…수세 몰린 처럼회의 향후 행보는
처럼회에서는 김남국 의원이 '총대'를 메고 반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떻게 처럼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너무 생뚱맞다"면서 "영구처럼 '계파 없다'고 하면 잘못된 계파정치가 사라지나"고 비판했다.

이어 이원욱 의원을 겨냥한 듯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나"라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처럼회 내에서의 논의가 조금 더 복잡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처럼회 소속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맞설지 고민해 보겠다"며 강경론을 폈지만 또 다른 의원은 "여타 계파가 해체한다면 우리도 흩어지는 게 맞다"고 신중론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처럼회가 당장 해체 수순을 밟기보다는 앞서 원내대표 선거에서 처럼회 소속 최강욱 의원에게 몰표를 줬듯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처럼회 소속 또 다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체론 관련해) 아직 논의해보지 않았다"면서 "8월 전당대회에 더 개혁적인 분들이 진출할 수 있게 역량을 모으는 게 저희가 할 일이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럼회는 이르면 이번 주 지방선거 이후 첫 모임을 열고 모임의 향후 방향을 논의한다.

처럼회는 2020년 6월 검찰개혁 관련 공부 모임을 표방하며 결성됐다.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민주당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황운하 의원을 주축으로 결성됐으며 현재 약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