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두고 계파갈등 확산 막고 비대위 리더십 확립
전당대회 룰 등 변수 여전히 많아…"합리적 조정 필요" 여지
'수박 발언' 철퇴 내린 우상호…팬덤정치·계파갈등에 경고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취임 일성으로 당내의 강성 팬덤과 이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계파 간 신경전 조짐에 레드카드를 꺼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박' 이런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며 "어떻게 같은 구성원에게 그러느냐. 심지어 공당 대표라는 분에게 수박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자기 모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또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하겠다"며 "당의 주요 인사, 의원 신분을 가진 분들은 특히 더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수박'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지자들이 경선 상대이던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들에게 '겉과 속이 다르다'며 부르는 멸칭이다.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인준을 마친 뒤 첫 공개석상에서 당내 강성 지지층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 의원들을 향해서도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지방선거 연패의 원인 중 하나로 '팬덤 정치'가 지목된 만큼, 패인 분석과 혁신 방향을 준비해야 하는 비대위 차원에서 근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8월 당권 경쟁을 앞두고 최근 강성 팬덤을 둘러싼 의원들 사이의 신경전이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과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수박'이란 단어를 둘러싸고 시작한 설전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이 속한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의 해산을 권유하고, 이에 김 의원은 정세균계 등을 겨냥해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라고 맞받아치는 데 이르렀다.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강성 팬덤의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처럼회 소속 친명계인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을 겨냥해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탈감까지 들었다"고 직격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이인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팬덤 정치의 잘못된 측면을 경계하며 "혐오와 저주의 주문이다.

너무 아니다"라고 적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고, 막 출범한 비대위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의도에서 강력한 경고음을 낸 셈이다.
'수박 발언' 철퇴 내린 우상호…팬덤정치·계파갈등에 경고장
우 위원장은 "감정을 건드리는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 비대위가 정리하기 매우 어렵다"며 "원내대표 때에도 쓸데없는 발언을 하는 의원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조심들 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욕설 문자를 보낸 지지자에게 '저는 개XX가 아닙니다'라는 답장을 하자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는 반응이 왔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지난주 이 상임고문과 저녁에 만나 소주 한잔을 하며 그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전달했으며, 그 밖의 여러 계파도 두루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우 위원장이 '건강한 토론'을 강조했지만, 계파 간 갈등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서는 향후 전당대회 룰 등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더 크게 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 위원장은 이날 "대의원제도는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을 막기 위해 만든 지역 균형 전략의 하나로, 고민이 반영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2∼3년 사이에 당원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면서 당원 의사의 반영 비율이 너무 작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전당대회 룰 변경에 회의적 태도를 취해 온 것과 달리 비율 조정의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 밝힌 것이라 주목된다.

다만 우 위원장은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비대위원장이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보단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