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 영화계 응원에 보복관람 효과로 흥행 불붙어
'추천지수' 역대 최고…"거의 모든 관객 호평하는 드문 사례"
한달 만에 깨진 '천만영화 회의론'…관객 입맛은 더 깐깐
박찬욱 감독은 이달 초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범죄도시 2'를 언급하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이런 거였지' 하는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보시기를 감히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범죄도시 2'는 흥행 경쟁이 치열한 극장가에서 이례적으로 영화인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으며 천만영화로 등극했다.

극장가 일상회복에 대한 영화계의 간절한 바람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이른바 '보복관람' 효과가 겹쳐 흥행에 불이 붙었다.

'범죄도시 2' 이후를 두고 극장가에선 긍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이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박찬욱 감독 말대로 결국 관객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년여 만에 극장을 다시 찾은 관객들이 더 까다롭게 영화를 고르는 경향도 목격된다.

한달 만에 깨진 '천만영화 회의론'…관객 입맛은 더 깐깐
◇ 5월 개봉작 이례적 '천만'…보복관람 한몫
'범죄도시 2'의 관객수 1천만 명 달성은 코로나19 사태로 제기된 '천만영화 회의론'을 방역조치 해제 한 달여 만에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관객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이제 천만영화 시대는 갔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그걸 단번에 깼다"며 "감독과 제작자들이 너무나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OTT의 위세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수기인 5월 개봉작이 이례적으로 1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데는 보복관람 심리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1천만 관객을 달성한 한국영화 가운데 '기생충'을 제외한 18편은 모두 7월말∼8월초 극성수기나 12월말 겨울방학 시즌, 설·추석 연휴 개봉작이었다.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등에 업었던 '기생충'도 1천만 관객을 달성하기까지 '범죄도시 2'보다 배가량 많은 52일이 걸렸다.

전찬일 평론가는 "'범죄도시 2'의 흥행에는 관객의 까다로움이 긍정적으로 작동했다"면서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이 지친 관객이 좀더 관대하게 영화를 보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달 만에 깨진 '천만영화 회의론'…관객 입맛은 더 깐깐
◇ 입소문의 힘…관객 평가에 박스오피스 요동
'범죄도시 2'가 개봉 4주 차까지 흥행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엔 경쟁작들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까다로워진 영화 선택의 반사효과를 누린 셈이다.

극장가가 보복관람 열기에 마냥 기대서만은 안 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CGV 데이터전략팀이 2016년 이후 500만 명 이상 동원한 한국영화 22편을 대상으로 관객의 추천을 수치화한 NPS(Net Promoter Score)를 산출한 결과 '범죄도시 2'가 59.4로 가장 높았다.

'기생충'(37.5)을 비롯해 '신과함께-죄와 벌'(24.2), '부산행'(15.5) 등 기존 천만영화보다 입소문 덕을 많이 봤다는 얘기다.

반면 그동안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가 하루 만에 '범죄도시 2'에 자리를 내줬다.

'브로커' 역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과 송강호·강동원·이지은(아이유) 등 호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개봉 이튿날 정상에서 내려왔다.

한달 만에 깨진 '천만영화 회의론'…관객 입맛은 더 깐깐
두 작품은 호평 일색이었던 '범죄도시 2'와 달리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의 평가가 뚜렷이 엇갈리면서 첫날 흥행세가 꺾였다.

'범죄도시 2'는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실관람객 평가에서 모두 두 작품을 크게 앞서고 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범죄도시 2'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관객이 호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먼저 본 관객이 적극 추천하면 흥행에 속도가 붙고, 반대라면 흥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