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난타전 점입가경
육모방망이 소환…정진석 "개소리 치부 만용" 이준석 "내로남불"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당내 최다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 사이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둘러싸고 시작된 설전은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 구상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지더니, 8일에는 지방선거 공천 논란으로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에서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 정 의원은 공천관리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이 대표의 귀국이 임박해 이제 둘 사이는 이제 신경전을 넘어 노골적인 감정싸움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육모방망이'까지 소환했고, 정 의원은 '개소리'라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이 대표는 앞서 한국시간으로 전날 밤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의원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며 '불리바'라는 철퇴를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이 대표는 이를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것"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정 의원의 과거 발언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야당 시절인 지난 2017년 5월 당 회의 때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된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한다"고 하는 등 정 의원이 여러 차례 공개 언급한 바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육모방망이 소환…정진석 "개소리 치부 만용" 이준석 "내로남불"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또다른 글에서 "공천을 원칙대로 한 결과, 위험하다던 충청남도 도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며 충남 지역 공천 민원 사례를 특정해 언급했다.

이는 공천과 관련해 자신을 직격했던 정 의원을 향해 응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 의원은 충남 공주가 지역구이고 충청권 최다선(5선)이라는 점에서 연관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자 정 의원은 즉각 SNS에 글을 올려 "이 대표는 마치 내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들이 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라는 이 대표 발언을 두고도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라고 원색 비난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언급한 충남 공천 민원 사례와 관련해선 "이명수 충남도당위원장이 합당 절차 지연으로 제때 자격시험을 치르지 못한 국민의당 출신 공천신청자들을 배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통화에서 밝혔다.

이에 질세라 이 대표는 또다시 SNS를 올려 충남 경선 언급과 관련, "공천의 총책임자셨던 분이 공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아하기 때문"이라면서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 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나"라며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적반하장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 이제 익숙해지려고도 하지만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라고 쏘아붙였다.

혁신위와 관련한 또다른 게시물에서는 "혁신위의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지만, 공관위에도 자기 사람을 안 넣은 이준석이 갑자기 혁신위를 장악하려고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자체도 모르겠다"며 정 의원을 향해 "적당히 하시라"고 했다.

이는 정 의원이 앞서 오전 KBS 라디오에서 "최재형 위원장,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며 인적 구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을 되받은 것이다.

둘 사이 기 싸움은 벌써 3일째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정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자기 정치", 공천 개혁에는 "이율배반적"이라고 직격하며 포문을 열었고, 이 대표도 정 의원을 겨냥한 SNS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며 반격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윤핵관' 중 하나로 꼽히는 정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로도 거론된다.

둘 사이의 기 싸움을 두고 대선 이후 당내 신주류로 등장한 '친윤 세력'과 비주류 간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또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둘의 설전에 관해 묻자 "두 분 사이의 페이스북상에서 어떤 말이 오가는지 아는 바가 없다"면서 "두 분의 일을 원내대표가 평가하거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당을 이끌어야 하는 현직 지도부 일원으로서 거리를 두며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오후 출연한 YTN 라디오에서 정 의원의 '자기 정치' 발언과 관련해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지적한 것 같은데, 소위 윤핵관이라 불리는데 어떻게 이렇게 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지적했는지 저도 의아하다"고 또 한 번 비꼬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