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경인년 한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주식시장은 코스피 200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고, 2010년 경제성장률도 6%대를 바라보게 생겼다. 요즘 부동산시장도 곳곳에서 꿈틀거리듯 부활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 정도면 2010년의 성과를 나름 성공한 한해로 평가할 수 있을 법하지만 건설 및 부동산업계의 체감온도는 아직도 ‘0’점을 벗어나지 못한 듯 춥기만 하다. 수도권 미분양은 더 쌓이고, 금리는 자꾸 오르고, 부동산PF發 금융위기 가능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어 이 온기가 겨울한파를 이겨낼 정도로 지속성을 갖고 퍼져나갈 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각설하고 올해 부동산시장은 침체 속에서도 참 색다른 많은 것을 보여줬다. 수도권과 지방의 동조화,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참히 깨졌다. 저금리기조가 유지됐지만 주택시장 침체는 지속됐고, 금리가 인상됐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입주물량이 많으면 전세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로 통했지만 이 역시 올해는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이처럼 그간 부동산시장의 전통적인 패턴이자 상식으로 자리해온 ‘~(하)면, ~(한)다’는 보편적인 명제가 더 이상 명제로 여길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명제가 흐트러지면서 기존의 명제는 시장에서 이미 불편한 진실이 됐고, 새로이 형성되고 있는 패러다임 앞에서 시장 전망도 시시각각 변할 정도로 예측을 어렵게 했다.

2010년 부동산시장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올해 새롭게 형성된 패러다임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되짚어보기로 하자. 어떻게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현재 기준에서는 오해로 폄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정리는 그 오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①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그 궤를 같이한다?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에 연동하여 움직인다는 뜻이다. 매매가가 오른다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호황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부동산시장이 호황이라면 전세가도 덩달아 오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10월부터 매매와 전세의 연동성은 깨졌다. 매매가는 마이너스(-)변동률을 보이면서 줄곧 떨어지는 데도 전세가는 유독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1년이 지난 최근 10월까지도 매매가 하락, 전세가 상승은 지속돼,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동조화가 아닌 이탈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탈동조화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때 주로 나타난다. 10여년전의 외환위기 때 한번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다. 주택구매심리를 보류하거나 위축시키는 요인, 예컨대 보금자리주택 공급, 부동산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 우세, 미분양 증가, 가격에 대한 부담 등이 시장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을 경우가 그렇다.

미분양은 곳곳에 너부러져 있고, 때를 기다리면 저가의 보금자리주택이 한 채 생기고, 양질의 임대주택이 경쟁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은 급할 게 없어졌다. 실수요자들이 급하지 않으니 투자자 역시 쉽사리 투자대열에 합류하려들지 않는다.

이렇듯 매매와 전세의 탈동조화는 시장 전망이 투명해질 때까지 매수세에 가담하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가격이 기대하는 눈높이에 이를 때까지 또는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대기 차원에서 전세를 선호하는 실수요자가 많아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② 입주물량이 많으면 전세가가 떨어진다?
입주물량의 증감은 현실적인 수급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부동산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입주물량이 감소하면 집값이나 전세가가 오르고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집값이나 전세가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2008년 하반기 집중된 송파구 재건축아파트 입주여파로 3억원~3억5천만원 정도였던 전세가가 2억원~2억5천만원으로 1억원이상 떨어진 것이 일례다.

그러나 올해는 그러한 원칙마저도 깨졌다.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은 17만2천여가구로 2004년 19만2천여가구 이래 6년만의 최대물량을 기록했음에도 수도권 전세가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상승세를 지속했다. 매매보다는 전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입주물량 홍수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가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 역시 거래시장 위축과 보금자리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됐던 이후의 일들이다.

결국 전세가의 상승 또는 하락은 입주물량에도 영향을 받지만 이외에도 거래활성화 여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셈이 됐다. 2011년 수도권 입주물량이 올해의 60% 수준으로 급감해 전세가 폭등은 불 보듯 뻔하지만 매매시장의 회복 여하에 따라 전세가 상승폭도 일정부분 조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③ 금리와 부동산시장은 반비례한다?
금리인상은 부동산시장을 위축시키고 반대로 금리인하는 부동산시장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인식돼왔다. 적어도 10여년 전의 외환위기 당시까지만 해도 그랬다. 큰 폭으로 들쑥날쑥한 금리변동 폭에 따라 부동산시장도 큰 폭의 하락과 상승세를 반복했다.

이러한 상황은 외환위기를 점차 벗어나고 4~5%대 안정적인 저금리기조가 유지되면서 달라졌다. 그간의 규칙대로라면 저금리기조에서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리가 안정적이다 보니 이제는 부동산시장이 금리요인보다는 금리 외적인 요인, 예컨대 실물경기, 대외적 변수, 정책 등의 요인에 좌우되는 경향이 커졌다.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미미한 금리변동에 따른 시장 면역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부동산시장이 사상 초저금리시대(한국은행 기준금리 2.0%)를 개막한 2009년 2월에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0.25%씩 인상(2010년 7월, 11월)해 2.5%가 됐지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변동 폭이 클 때야 여전히 시장 영향력이 있지만 금리가 소폭 인상되거나 인하되는 경우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한해였다.

④ 부동산 온기(溫氣)는 수도권에서부터?
부동산시장은 수도권이 주도한다는 것이 그간의 불문율이었다. 수도권의 온기 또는 냉기가 그대로 지방으로 전해진다는 얘기다. 수도권에서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없다싶을 때 지방지역 유망 투자지역을 물색하듯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자생력을 갖는 투자시장이라기보다는 철저하게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호ㆍ불황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그러나 올해는 그러한 인식이 무색해졌다. 수도권은 전세시장을 제외한 매매시장, 분양시장 모두가 1년 넘게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지만, 지방은 전세, 매매, 분양시장 할 것 없이 모두가 호황이다. 그것도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전세ㆍ매매는 2009년 5월부터, 분양은 올해 10월부터 중소형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분양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2010년 10월말 기준 미분양은 9만9천33호로 9월의 10만3백25호에 비해 1천2백95호가 감소됐다. 그러나 이는 지방 미분양이 2008년 말 이후 꾸준한 감소세에 기인한 바가 크고, 수도권 미분양은 2만9천3백34호로 달이 바뀌면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늘어만 가고 있다.

물론 지방시장의 경우 분양가 할인에 따른 취ㆍ등록세,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미분양 매입 등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고 있지만 현 상황으로만 보면 이제는 더 이상 지방시장이 수도권시장의 아류로 인식해서는 아니 될 듯하다.

올해 부동산시장이 보여준 이러한 새로운 경향이 또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구축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저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내년에도 계속되는 등 시장전망 자체가 너무나 불투명하기 그지없고, 2011년 부동산시장이 결코 올해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볼 때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新패러다임 구축은 여전한 진행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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