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익율 12% 보장”, “하루 유동인구 2만명”, 부동산 분양광고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문구이다. 그러나 이런 광고내용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경우, 실현되지 못한 광고내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와 같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공개적으로 광고된 내용이 실현되지 않았다면 응당 법적 책임이 당연히 가능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광고라는 것은 원래 실제보다는 다소 과장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광고내용 모두가 실현될 수 있도록 분양주체가 약속했다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적인 용어로는 “청약(請約)의 유인(誘因)”과 “청약”의 구별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부연설명하고자 한다. “청약”이라는 것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청약의 유인”은 합의를 구성하는 의사표시가 되지 못하고 용어 그대로 “꼬시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상대방이 그에 대응하여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계약이 바로 성립하지 못하고 다시 유인한 자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이런 구분기준에 따르자면,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광고의 내용은 청약의 유인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고, 따라서 광고상의 내용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분양주체측에 법적인 책임을 무조건 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분양․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되는 우리 부동산거래실정하에서 분양계약서에는 대금이나 평수, 준공일 등 매우 기본적인 내용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나머지 공급되는 건물의 외형, 재질, 구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가 많다. 결국, 선분양, 후시공제하에서의 분양계약서 내용은 본질적으로 미완성된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록 분양광고의 내용, 분양당시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그 무렵 분양주체가 수분양자에게 행한 설명 등이 비록 본질적으로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에서 일정부분은 계약의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점과 관련해서 최근 주목할만한 판결이 선고되고 있는데, 2007. 1. 10.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06나45598호 판결과 2007. 6. 1. 선고된 대법원 2005다5812호 판결이다. 고등법원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건물분양에서 청약과 청약의 유인 사이의 구별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등을 통하여 제시된 내용이 분양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는 상거래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된 광고나 홍보가 허용된다는 점을 고려한 다음, 그것이 아파트의 구조, 시설, 기능 등 분양계약의 본질적인 내용과 관련된 사항인지 여부, 개별적인 분양계약서에 표시하기 부적당한 내용, 즉 아파트 공용시설의 구조, 크기, 재료, 배치 등에 관한 사항인지 여부, 수분양자들이 당해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사항인지 여부, 기타 분양계약 당시의 주택공급현황이나 일반 상거래 관행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은, “--광고내용 중 도로확장 및 서울대이전광고, 전철복선화에 관한 광고는 아파트의 외형․재질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분양자들 입장에서 분양주체가 그 광고 내용을 이행한다고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므로 허위․과장 광고라는 점에서 그 광고로 인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광고내용이 그대로 분양계약의 내용을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와 달리 온천 광고, 바닥재(원목마루)광고, 유실수단지 광고 및 테마공원 광고는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그리고 콘도회원권 광고는 아파트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부대시설에 준하는 것이고 또한 이행가능하다는 점에서, 각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여, 분양건물의 외형, 재질 등과 같이 광고상의 일정 부분은 비록 분양계약서상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더라도 “청약”으로 보아서 미현실에 대해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단순히 광고일 뿐이라고만 하면서 스스로 한 광고내용의 실현에 대해 무책임해 왔던 우리 분양시장에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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