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가격 안정기 내지 거래 침체기로 접어든 모양새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서울 및 수도권, 지방 구분 없이 매매가, 전세가 모두 하락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9.13 부동산 대책이 주택시장 가격안정화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엉뚱한데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바로 역전세난이다. 실제로 역전세난은 최근 언론사들의 부동산관련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기도하다. 하지만 주택시장에 만연한 투기를 근절하고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입장에서도 역전세난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일 것이다. 역전세난이라는 불청객이 언론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주요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결코 정부가 원하는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건대 역전세난은 정반대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전세난과 함께 주택시장의 생애주기(활황기와 침체기의 순환형태)에 따라 반복되곤 해왔다. 게다가 등장할 때마다 집 없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우려감과 걱정거리를 안겨주었음은 물론이다.

역전세난은 집주인이 전세만기가 돌아왔음에도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기존의 전세금 수준에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게 주택시장이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입주물량이 쏟아질 때 집중 부각된다. 전세가격을 등에 업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라는 투자방식이 작금의 역전세난을 불러온 주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역전세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집주인도 갭투자자도 아닌 선의의 세입자, 즉 무주택 서민이라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전세난을 결코 가볍게 볼 수가 없다.

현행제도 하에서 세입자가 역전세난에 대처해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전적 예방차원에서 전세권설정등기, 확정일자, 전세금반환보증보험가입 등이 있고, 사후적 관리차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이용하는 방안이 있다.

전세권설정등기 또는 확정일자, 임차권등기명령 등을 통해 확보된 우선변제권에 기인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법적회수절차, 즉 법원경매절차를 거쳐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반면 세입자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전세계약 종료 시 설령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보증기관을 통해 전세금을 손쉽게 되찾을 수 있다. 별도의 법적회수절차 없이 보험금만 청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역전세난이 부각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건수 역시 급증했고 신규 가입금액 역시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이 당장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입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점은 아쉽다. 임대인 동의요건을 없애는 등 예전보다 가입조건을 완화시켰다고는 하지만 전세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아있어야 하고, 가입대상 주택유형, 선순위채권규모에 따라 제약이 따르고 보증한도도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상 주택에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신청등기 등과 같은 소유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사항이 기재되어 있으면 아예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전셋집을 구한 후 집주인과 임대차계약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등기사항을 살펴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도 존재하는 셈이다.

역전세난이 국지적이고 아직은 크게 우려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더 확대되고 더 위협적인 상황으로 커지기전에 실태파악과 함께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할 때임은 분명하다. 바라건대 이제부터라도 사전에 예상 가능하지만 되풀이되는 역전세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해결 가능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역전세난이 무주택 서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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