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의뢰인 상담을 받아 즉답을 하지 못해 주변 여러 판사들과 논의를 했지만 여전히 확답하기가 애매한 사안이 있었는데, 상담한 지 수년만에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다. 2심재판에서는 패소한 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에서 필자에게 자문을 의뢰한 사안으로 자료조사와 주변자문을 거치고도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던 사안이어서 대법원판결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소개하게 되었다. 대법원으로서도 매우 고민스러운 사안이었음인지 약3년만에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4. 3. 27.선고 2011다49981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판결이다.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기판력이라는 법리와 관련된 사안이라 사안 자체는 매우 간단한 편인데, 대법원에서 인정한 사안을 그대로 소개키로 한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는 2007. 4. 16. 피고와 이 사건 토지를 매매대금 257,556,000원으로 정하여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함)을 체결한 사실, ②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해 있었던 사실, ③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의 소를 제기하여 2009. 2. 4.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피고의 항소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되어 2009. 11. 27. 항소심 변론이 종결되고 2009. 12. 18.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어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하 ‘이 사건 전소’라고 함), ④ 이 사건 전소에서의 청구취지는 ‘1.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07. 4. 16.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07. 4. 16. 약정을 원인으로 한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를 이행하라’였고,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에서는 청구취지 1항 부분은 기각되고 청구취지 2항 부분은 인용된 사실, ⑤ 그런데 2008. 5. 31. 이미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음에도 원고는 이 사건 전소에서 그러한 사실을 주장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전소 법원은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음을 전제로 위와 같은 내용의 판결을 선고한 사실, ⑥ 원고는 2010. 2. 17.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2010. 3. 4.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07. 4. 16.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를 청구취지로 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법원판단은 다음과 같다.



2. 원심은 전소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원고가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법원이 기판력의 적용에 따라 원고 청구기각판결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소송물이 동일한 외에 권리보호의 이익도 동일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소의 소송물과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은 동일하지만 원고에게는 이 사건 소 제기에 따른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미치는 것이므로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후소를 제기하는 것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또한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후소에서 전소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하고 있던 공격방어방법을 주장하여 전소 확정판결에서 판단된 법률관계의 존부와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하는 것이고, 전소에서 당사자가 그 공격방어방법을 알지 못하여 주장하지 못하였는지 나아가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80다473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24847, 24854(병합) 판결 등 참조].
나. 앞에서 본 소송진행경과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의 소송물과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은 모두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으로서 동일하므로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고, 비록 이 사건 전소는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반면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어 이 사건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었다는 사정은 이 사건 전소의 변론종결 전에 존재하던 사유이므로, 원고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여 이 사건 전소에서 주장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소에서 새로이 주장하여 이 사건 전소에서의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 즉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고가 이 사건 전소의 변론종결 후인 2010. 2. 17.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았으나, 그 허가는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됨으로써 토지거래허가의 대상에서 제외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변경이라고 할 수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위 사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계약 당시 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한 토지였지만 전소 재판 과정에서는 이미 허가구역에서 해제됨으로 인해 확정적 유효화되어 이전등기판결이 충분히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측의 실수로 허가구역해제사실이 변론에 반영되지 못한 채 이전등기판결이 아닌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에 협력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은 데서, 후에 기판력과 관련한 험난한 재판을 하게 되는 불씨가 되고 말았다.



★ 대법원 2010.3.25. 선고 2009다4146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국토이용관리법 소정의 토지거래허가 규제지역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일이 같은 법상의 규제지역으로 지정고시되기 전인 때에는 그 매매계약에 관하여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6431 판결 등 참조),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간 중에 허가구역 안의 토지에 대하여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후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거나 허가구역 지정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재지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토지거래계약이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기 전에 확정적으로 무효로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이 확정적으로 유효로 되어 거래 당사자는 그 계약에 기하여 바로 토지의 소유권 등 권리의 이전 또는 설정에 관한 이행청구를 할 수 있고, 상대방도 반대급부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여전히 그 계약이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9. 6. 17. 선고 98다4045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원고가 예상치 못했던 문제는 전소 재판과정에서는 굳이 불필요했던 이전등기청구를 유지한 것에서 기인하게 된다. 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사실을 알지 못했던 원고측으로서는 결국 해당 매매토지를 거래허가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인 바, 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에 대해 거래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전등기청구가 불가능하고 토지거래신청절차에 협력하라는 취지의 청구만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예비적으로 협력청구권을 주장하면서도) 주위적으로 이전등기청구를 유지하여 이전등기청구가 기각되는 판결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 대법원 2010.5.13. 선고 2009다9268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등】
--그러나 원고의 청구 중 허가가 있을 것을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청구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있어 이를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비록 이 사건 매매계약이 관할 관청으로부터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관할 관청으로부터 거래허가를 받기 전의 상태에서는 그 계약내용에 따른 본래적 효력이 없어 계약 당사자는 소유권의 이전 등 어떠한 이행청구도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이와 달리 이 부분 청구를 인용한 원심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사건 매매계약이 확정적 무효라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거래계약 허가조건부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청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어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그 때문에 결국 후소의 이전등기청구권행사에 있어 기판력 저촉 문제가 야기되어버린 것이다. 아래의 참고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실 기판력저촉여부는 법리상 판단이 쉽지 않지만, 전소에서 불필요했던 이전등기청구를 유지함으로 인하여 향후 청구권행사에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45341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 거래허가 이전에 계약된 토지의 이전등기를 구하는 청구를 하여 1심에서는 승소판결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이전등기청구 대신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로 변경하여 변경청구가 항소심에서 인용되어 판결이 확정된 다음에, 이 판결을 근거로 토지거래허가를 득한 후에 다시 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피고가 재소금지규정을 근거로 항변한 사안

민사소송법 제240조 제2항 소정의 재소금지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소송물이 동일한 외에 권리보호의 이익도 동일하여야 할 것인바,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매매에 따른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로 변경하여 당초의 소는 종국판결 선고 후 취하된 것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그 후 토지거래허가를 받고 나서 다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것은 취하된 소와 권리보호의 이익이 달라 재소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 민사소송법 제267조(소취하의 효과)
① 취하된 부분에 대하여는 소가 처음부터 계속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②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처음 매매계약 체결 이후 수년이 지나는 동안 토지가격의 급상승으로 촉발된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분쟁에서, 결국 최종적으로 “기판력”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이전등기청구가 불가능하게되면서 매수인이 큰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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