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를 받아 관객들에게 또다시 넘겨주려고 뮤지컬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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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래시계'의 김동연 연출은 31일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태수와 혜린, 우석을 추억 속의 인물이 아니라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만나러 오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해림 작가는 "(드라마) '모래시계'를 각색하면서 주제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세대가 넘어가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생각했다"며 "이 큰 주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시대를 기록하고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진' 역을 중요하게 넣었다"고 설명했다.
모래시계는 1995년 원작 드라마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해 많은 사람에게 이미 친숙한 이야기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삼청 교육대, 슬롯머신 비리 등 굵직한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담아낸 24부작짜리를 주제 의식은 살리면서 2시간 반으로 압축하기 위해 고민했다는 것이 창작진의 설명이다.
김 연출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드라마를 어떻게 뮤지컬로 표현할지 고민했다"며 "관객들이 두시간 반 동안 스피드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어떤 인물은 합치거나 배제하고,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은 장면과 가사로 편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이정재가 맡았던 재희 역을 없애고, 대신 시대의 기록자 역할을 하는 기자 영진을 추가했다.
작곡을 맡은 박정아 음악감독은 "원작이 가진 이야기와 시대 배경 특성 때문에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이전에도 '모래시계'는 있었지만 초연이라 생각하며 작업했고, 대본과 음악도 모두 새롭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모래시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러시아 가수가 부른 '백학'이지만, 주요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음악감독은 "뮤지컬화 하면서 기존 드라마에서 익숙한 음악을 어떻게 사용할지 굉장히 고민했다"며 "뮤지컬의 어법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익숙한 음악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들의 섬세한 배역 분석도 눈에 띈다.
혜린 역의 나하나는 "세 인물(혜린, 태수, 우석)에게 모두 부끄러움이란 정서가 깔려있는데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실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고, 잘못과 후회를 옳은 선택의 동력으로 쓰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같은 역을 맡은 유리아는 "혜린이 영웅이 아니어서 좋았다"며 "저 또한 매번 용기 있고 옳은 선택만 하며 사는 것은 아니어서 공통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혜린이란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태수 역의 조형균은 "태수는 끝까지 살아남지 못한 인물이지만, 다음 세대에게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을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준다"며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사건 속에서 배우와 관객이 공감하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래시계는 지난 26일 개막했으며 8월 14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