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던 정적인 공간…집무실과 어우러져 역동적으로 변화하길"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28)씨는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데이트 장소를 찾던 중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언론에 자주 언급된 전쟁기념관이 떠올랐다.

윤씨는 "초등학생 때 견학을 가본 이후 처음 찾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며 "방문한 김에 집무실 주변도 같이 둘러봤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새로 자리 잡은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의 전쟁기념관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30일 전쟁기념관 통계에 따르면 이달 1∼27일 이용객은 8만1천989명으로, 지난해 5월 한 달 이용객 수(3만7천292명)보다 119% 증가했다.

일상 회복 기조가 본격화한 3월(4만8천414명), 4월(6만982명)보다도 훌쩍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집무실 이전 이후 첫 주말(14∼15일) 이용객은 1만3천300명, 두 번째 주말(21∼22일) 이용객은 1만6천43명에 달했다.

전쟁기념관 측은 "2020년 이후 주말 이용객 수에서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집무실 이전 직전 주말(7∼8일) 이용객이 7천204명에 그쳤던 점에 비춰보면 '집무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금요일인 지난 27일 오후 전쟁기념관 앞 호국공원에는 실제로 산책을 하거나 그늘진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본관 입구로 향하는 계단에 걸터앉아 쉬는 사람도 많았다.

야외에 전시된 전투기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정철수(18) 군은 "학교가 일찍 끝나 집무실을 구경하러 왔다가 마침 앞에 있는 기념관도 들렀다"며 "초등학교 2학년 때 견학한 뒤로 잊고 있었는데, 재미있게 둘러봤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최근 전쟁기념관을 오랜만에 찾았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전쟁기념관에 대한 기대치도 올라가고 있다.

6세 딸과 함께 기념관을 처음 찾은 이승주(34) 씨는 "우크라이나 비극이 한창인 요즘 아이에게 전쟁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어 좋았다"면서도 "어린이박물관 전시 내용이 적어 아이가 큰 뒤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스웨덴에서 가구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김성빈(28) 씨는 "분위기가 정적이고 심미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들더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전쟁기념관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학생들과 함께 집무실과 전쟁기념관 답사를 다녀왔다는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기념관 입구가 막혀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집무실이 옮겨왔으니 공간을 터서 집무실 포토존 등으로 활용하면 주변과 더욱 어우러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기념관은 그동안 숨어있는 다소 정적인 공간"이었다며 "집무실, 용산 공원, 정비창과 함께 호흡하는 역동적인 곳으로 재구성되면 시민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기념관은 이용객 증가를 반기며 시민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념관은 2년 뒤로 다가온 개관 3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전시 및 시설 전면 개선을 위한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다.

연초부터는 매달 1회 무료 문화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기념관을 어렵게 느끼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엄숙한 곳이 아니라 부담 없이 와서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