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지모씨(38)는 이달 초 한 대형 보험사에서 4억원 규모의 3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연 4%대 초반 금리에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조건이다. 시장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되던 지난 3월 은행, 보험사, 신협, 새마을금고 등을 돌면서 발품을 판 그가 결국 보험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은행 대출은 실행 시점을 기준으로 금리가 책정되는데 한 보험사에 3월 초 기준으로 금리가 확정된 상품이 있었다”며 “두 달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은행 대신 보험사 주담대를 받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20년 말 48조636억원에서 2021년 말 50조9007억원으로 5.9%(2조8371억원) 증가했다. 올 들어 주택시장이 다소 침체한 가운데서도 대출액 증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빅3’가 취급한 주담대 잔액은 2021년 12월 말 28조5583억원에서 3월 말 기준 28조9179억원으로 1.3%(3596억원) 늘었다.

보험사는 주로 채권 등에 투자하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개인 주담대도 일부 취급한다. 채권으로는 연 3%대 수익률도 버겁지만, 주담대는 소비자로부터 최소 연 3% 후반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일반 주담대뿐 아니라 은행과 마찬가지로 전세자금대출까지 취급한다.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높은 보험사의 특성상 대출 금리도 다소 높은 탓에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최근 분위기가 바뀐 건 보험사들이 주담대 영업에 적극 나서면서 은행과 금리 차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5년 혹은 종신형으로 고정금리를 취급하는 은행 주담대와 달리 보험사 주담대는 다양한 고정금리 라인업(1, 3, 5년)을 갖추고 있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도 은행보다 10%포인트 높은 50%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변동·고정금리 등 주력 상품이 다르고, 중도상환수수료율과 보험 가입 시 우대조건 등에도 차이가 있어 은행 주담대만 찾기보다 ‘손품, 발품’을 더 파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은행들이 속속 주담대 최장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서 보험사들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삼성생명이, 26일부터는 삼성화재가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주담대 만기가 길어지면 개인별 DSR 규제에 따른 대출금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주택금융공사와 연계한 디딤돌 대출 등 정책 주담대는 아직 보험사에선 받을 수 없다. 보험사들의 서민금융기금 출연이 지난해 말 시작돼 하반기부터는 보험사에서도 각종 서민전용 정책 주담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모바일 앱을 통한 주담대도 지난 4월 말부터 취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사 주담대는 콜센터 외에 담당 설계사를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며 “각종 서류를 받기 위해 직접 고객을 만나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