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에 미술 활동을 시작한 아니카 이는 국제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전시 경력은 2008년 그룹전 참여가 처음이었지만, 2016년 세계 양대 미술상인 '휴고 보스 상'을 받는 등 짧은 기간에 상당한 업적을 쌓고 있다.
미국 뉴욕의 갤러리 글래드스톤의 전속 작가인 그는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5월 31일∼7월 8일)에 앞서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선 저의 작품이 익숙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기보다 제 작업의 기본적 조형 언어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소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시작은 기존 시리즈들의 신작들로 구성됐다.
다만, 전시장이 작아 현재 리움미술관 상설전에 전시된 '켈프' 시리즈나 지난해 10월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선보인 '에어롭스'(aerobes)와 같은 규모가 큰 설치작품은 빠졌다.
작가는 바닥에 깔린 카펫도 전시의 일부라며 "카펫이 이끼처럼 느껴질 수 있다.
2016년에 브라질 아마존에서 영상 작업을 할 때 느꼈던 식물 또는 흙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느낌을 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색 카펫은) 제가 관심이 있는 해조류와도 연결된다"며 "해조류는 지구에서 질량이 가장 많은 물질이자, 바이오 연료의 재료도 쓰이는 등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입구의 설치작품은 플라스크와 시험관 등으로 구성돼 예술과 과학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는 "플라스크에 담긴 물에는 미세한 해조류가 살고 있다"며 "식물적 요소나 실험실 같은 요소 등의 시각 언어가 교차하는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에서 영감을 받은 '치킨 스킨' 시리즈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것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실리콘으로 만든 액자는 닭살이 돋은 모양을 표현했으며 액자 안에는 서양란 조화를 담았다.
그는 "열대 우림의 꽃 중에는 스스로 모양과 색을 바꾸면서 곤충을 유인한다"며 "동물적이면서도 식물적인 존재인 불완전한 형태를 만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아네모네 패널' 시리즈의 최신작도 선보인다.
큰 패널에 말미잘과 산호 폴립, 아메바와 같은 형태를 섬세하게 깎은 작품이다.
생물 외에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자성을 가진 물질 폐로 플루이드 구조도 반영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네트워크로 구축된 지성과 버섯 포자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작업의 핵심은 생물계와 기술계라는 두 영역이 서로 소통하고 통섭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두 영역이 서로 무시하거나 고립시키지 않고, 통섭을 통해서 오늘날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부터 시작한 '네스트' 시리즈의 신작도 선보인다.
곤충의 집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생물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결합을 상징한다.
작가는 곤충 집 아래에 카운트다운을 연상하는 디지털시계를 설치해 어떤 재앙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2살 때 가족이 이민 가서 미국에서 살았으며 20대 초반에는 영국 런던에서 광고 카피라이터와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작가가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한국은 가능성으로 가득 찬 나라다.
그래서 이번 개인전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 전시 요청을 받는 작가는 2024년 리움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