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부터 참여한 박칼린 "이번 시즌엔 작품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첫 주연 맡은 최정원 "치유되는 작품"…남경주 "10년 전보다 밀도 높아"
"졸로푸트, 팩실, 버스파와 재낵스, 데파코트, 크로놀핀, 암비엔, 프로작, 욱할 땐 아티반 알약 하나…"
신경정신과에서 처방받는 알약들의 이름이 노래가 되어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양극성 장애·우울·망상과 같은 신경정신 질환을 극의 한가운데에 꺼내놓는다.

신경정신 질환을 앓는 다이애나,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 아파하는 댄, 그리고 딸 나탈리. 이들은 극이 진행되면서 외면하던 자신의 상실을 비로소 마주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넥스트 투 노멀'은 극작가 겸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이 10년 만에 완성해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창작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초연됐으며 2013년, 2015년 공연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현대사회의 가족과 개인들이 겪는 고통을 탄탄하고 치밀한 드라마,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구현해 관객뿐 아니라 배우들 사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초연부터 모든 시즌에 출연한 배우 박칼린은 26일 오후 강남구 광진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4대 뮤지컬, 쇼 뮤지컬들은 많지만, 이 작품만큼 드라마와 이야기, 음악, 무대, 조명 모든 게 맞아떨어져 예술적으로 완벽히 갖춘 작품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10여 년 전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보고 1막만 끝나고 바로 뛰쳐나가 한국의 모 제작자에게 전화해 '당장 이 작품 사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처음으로 주연 다이애나 역을 맡은 최정원은 "초연을 보고 꼭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마음의 병은 예술로 치유되는데 이 작품이 내겐 그런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인 만큼 연기와 연출이 한층 더 깊어졌다는 게 배우와 연출진의 설명이다.

초연부터 음악감독을 맡아온 이나영 감독은 "초연 때는 힘으로 끌고 가려 했지만 10년이 지난 만큼 힘이 많이 빠졌고 박칼린, 남경주 배우 모두 대사를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해도 보면서 눈물이 날 만큼 내면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박칼린은 "처음엔 작품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3번째 시즌까지만 해도 부족한 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작품이 내 몸속에 들어왔다고 느낄 만큼 제약 없이 다이애나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초연 이후 10년 만에 남편 '댄'으로 다시 합류한 남경주는 "내 삶도 10년간 많은 일이 있었고 이를 가족에 대한 사랑, 신념으로 이겨냈다"며 "10년 전보다 훨씬 이야기의 밀도가 생겼다고 자평해본다"고 말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록, 재즈, 발라드,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변주로 지루하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의사 역을 맡은 배우 박인배는 "앙상블이 없어 쇼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대신 인물의 관계성과 심리묘사에 집중하는 작품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며 "음악과 대본의 균형이 맞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넥스트 투 노멀'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7월 31일까지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