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분석 통해 키 2m '게니오르니스' 알 확인…'인간 탓 멸종' 결정적 증거
선사인류가 불에 구워먹은 알 주인은 멸종 대형조류
호주에서 발견돼 논란을 일으켰던 불에 탄 자국이 있는 알껍데기의 주인이 결국 인간이 멸종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조류 '게니오르니스'(Genyornis)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니오르니스는 키가 2m에 달했던 날지 못하는 새로, 약 6만5천 년 전 선사 인류가 호주 대륙에 도착하고 난 뒤 수천 년 만에 멸종했다.

이 고대 새의 멸종은 인간 탓으로 추정만 될 뿐 고고학적 증거가 없었는데, 알을 불에 구워 탄 자국이 생긴 알껍데기가 게니오르니스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인간의 잘못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전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고고학 교수 매튜 콜린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알껍데기에 남아있는 충분치 않은 유전자 대신 알껍데기 가루 속 단백질을 분석해 게니오르니스의 알이라는 점을 밝혀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 알껍데기는 수년 전 처음 발견됐을 때 게니오르니스와 함께 알의 형태와 두께 등을 근거로 대형 칠면조를 닮은 또다른 멸종 조류인 '프로구라'(Progura)의 알일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화석 구조상 게니오르니스가 220∼240㎏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 프로구라는 5∼7㎏으로 훨씬 작았다.

게니오르니스의 알은 약 1.5㎏으로 멜론 크기에 달한다.

선사인류가 불에 구워먹은 알 주인은 멸종 대형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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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알껍데기에서 DNA를 추출해 알의 주인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만 호주의 뜨거운 기후에 유전물질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아 다른 형태의 '생체분자'인 단백질 분석으로 방향을 바꿨다.

단백질은 유전적 자료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배열순서를 현대 조류의 광범위한 자료와 비교해 유사점을 찾았다.

그 결과, 프로구라는 닭이나 칠면조 등처럼 날개가 짧아서 잘 날지는 못하지만 큰 발로 땅바닥을 파헤쳐 먹이를 찾는 '순계목'(鶉鷄目)의 한 그룹인데, 문제의 알을 낳은 새는 순계목이 분리되기 전에 출현한 새라는 점이 확인돼 프로구라일 가능성은 배제됐다.

이는 호주의 선사 인류가 불에 구워 먹은 알이 게니오르니스가 낳은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약 5만∼5만5천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알은 호주 남부 우드포인트에서 발굴된 것이지만 호주 대륙 서부 닝갈루 연안의 수백 곳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불에 탄 알껍데기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약 10만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유적지에서 타조알이 발굴돼 초기 인류가 타조알을 찾아 먹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호주 대륙으로 건너온 선사 인류도 이를 답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프리카 선사 인류와 타조는 균형점을 찾아 종이 보존됐지만 호주 선사인류는 게니오르니스가 감당할 수 있는 번식 수준을 넘어 알을 찾아먹는 바람에 멸종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책임 공동저자인 콜로라도대학의 기퍼드 밀러 교수는 "게니오르니스 도살과 관련된 고고학적 증거는 없지만 인간이 한 것과 같은 불에 탄 독특한 자국을 가진 알껍데기가 대륙 전체에 걸쳐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는 선사 인류가 이 큰 새를 사냥하지는 않더라도 둥지에서 자주 알을 훔쳐 음식 재료로 삼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알을 과도하게 훔쳐 먹은 것이 게니오르니스 멸종을 가져왔을 수 있다"고 했다.

선사인류가 불에 구워먹은 알 주인은 멸종 대형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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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