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유류공급 감축안 이미 마련해 논의중…중러 압박할듯
외교부 "대북제재 결의안 안보리내 지지 확보위해 미국과 공조"
한미 "새 대북제재 조속히"…중·러에 막힌 안보리 움직일까(종합)
북한의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에 대응해 한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추정 미사일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아 올리는 무력 시위를 단행했다.

특히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쏘아 한미 미사일 방어망의 무력화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전략적 도발인 만큼 안보리가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한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통화에서 신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조속한 채택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금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3발 발사와 같이 거듭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하고 추가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안보리의 단호하고 단합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추가로 ICBM을 쏘면 해야 할 조치도 이미 규정해둔 상태다.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로 2017년 12월 채택된 2397호 결의 내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근거해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안보리는 북한이 ICBM을 쏘면 대북 유류 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3월 24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이후 대북 원유, 정제유 수출량을 각각 연간 200만 배럴, 25만 배럴까지 절반으로 축소하는 새 결의안을 마련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논의해오고 있다.

여기엔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추가 대북제재 자체를 반대하며 제재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때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려고 할지언정 결의 채택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재 강화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논리로 제재 논의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데, 미중 전략경쟁과 미러 갈등 상황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추진하는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 최근까지도 유의미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태도를 비판하며 결의 채택 필요성을 다시금 강하게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러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감수하고라도 자국이 안보리 의장국인 이달 내로 새 제재 결의안 표결을 시도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중·러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한국도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새 결의안 추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의 구체적 제원 분석 등을 거친 뒤 한미 등이 함께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이사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신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내 지지 확보를 위해서도 미국과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부내 대책회의에서 "안보리가 더 이상 단호한 대응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공감대를 관련 국가에 적극 형성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인 결의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강조했다.

박 장관의 즉석 지시로 안보리 현장 대응을 맡은 주유엔 대표부의 조현 대사가 전화를 통해 회의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새 결의안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입장은 끝까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미국 등 다수 이사국이 이날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지금 추진중인 새 결의 채택을 가속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정부의 엄중한 상황 인식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날 오전 발표한 정부 성명을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