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 잡히는데 한잔 더?"…이태원 밤시간 카드결제 296% 폭증
4주간 소비변화 분석
술집 251%·노래방 101% 껑충
'호출대란' 택시 이용 44% 뛰고
사우나·목욕탕도 63% 증가
배달시키는 사람은 9% 줄어
상권 살아난 서울 핫플레이스
靑개방 효과로 북촌·삼청동 북적
연남동 낮시간 결제는 5% 감소
같은 날 오후 4시 청와대 근처 북촌에선 골목골목 식당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 해제와 맞물려 이달 10일 처음 개방된 청와대를 찾은 방문객들이 근처를 함께 둘러보면서 북촌과 서촌, 삼청동 등 인근 상권에는 전에 없던 인파가 몰리고 있다.
거리두기 풀리자 주점 결제 건수 251%↑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바깥활동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와 지난달 거리두기 해제 이후 4주간(4월 18일~5월 15일) 개인카드 이용 건수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각종 대면 모임과 회식, 나들이 수요를 보여주는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밤이나 새벽에 손님이 많이 몰리는 주점에서 카드를 결제한 건수는 1년 전보다 251% 폭증했고 노래방에서도 101% 증가했다. 거리두기 조치로 인원·영업시간 제한을 받으면서 타격이 특히 컸던 업종들이다.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밤마다 ‘호출 대란’을 겪고 있는 택시 결제 건수도 전국적으로 1년 새 44% 늘었다. 그동안 방역 조치로 편하게 가지 못했던 수영장 체육관 등 스포츠센터(49%)와 사우나 목욕탕(63%)을 찾는 사람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배달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집콕’ 관련 업종은 소비가 주춤했다. 거리두기 해제 직전인 한 달 전(3월 21일~4월 17일)과 비교하면 배달앱 이용 건수는 9% 줄었고 각종 온라인 결제도 소폭(-0.05%) 감소했다.
다시 사람 몰리는 이태원의 밤
일상 회복과 함께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권은 이태원이다. 신한카드 연구소가 서울 주요 상권 35곳에서 결제된 개인·법인카드를 분석한 결과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식당·카페(요식업종) 이용 건수는 1년 전보다 평균 22% 증가했다. 저녁·밤시간대(오후 6시~오전 1시) 증가율이 28%로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이태원 홍대 을지로 등 ‘핫플레이스’ 상권 20곳이었다. 이들 상권은 저녁시간대 평균 이용 건수 증가율이 36%로 다른 상권보다 높았다. 클럽 술집 등이 밀집한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쪽 상권은 카드 결제가 296% 폭증했다. 최근 청와대 개방으로 들썩이는 북촌(42%) 서촌(41%) 삼청동(55%) 상권도 요식업종 이용 증가율이 높았다.핫플레이스 상권 가운데 소비 증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곳은 연남동(4%)이었다. 연남동의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 이용 건수는 1년 전보다 오히려 5% 감소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의선 숲길 공원이 있는 연남동은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도 야외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며 “이제 다시 수요가 분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교 등 오피스 상권 5곳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돌아오면서 점심시간대 이용 증가율이 평균 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떠오른 주거지역 근처 ‘슬세권(슬리퍼+세권)’은 증가세가 주춤했다. 이촌 북아현 도곡역 고덕역 등 주거 상권 10곳의 평균 카드 이용 증가율은 20%로 번화가·오피스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부 상권에선 야간시간대 소비 비중이 많게는 3%포인트 줄었다. 거리두기가 풀리자 집 근처에서 가볍게 한잔하는 대신 직장 근처나 전통 유명 상권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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