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프로 순위 부활 10년…K팝 첨병·공정성 논란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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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점수·SNS 점수 등에 허점…신인·뮤지션은 출연 '바늘구멍'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매니저-PD 대면 만남 관행 최근 부활
MBC TV '쇼! 음악중심'과 SBS TV '인기가요' 같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2013년 순위제가 부활한 지 10년째를 맞았다.
가요계에서는 이들 음악 프로그램을 두고 K팝 시장 호황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와 함께, 순위 결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 시청률 1% 밑돌지만…K팝 '핵심 콘텐츠'로 부상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KBS 2TV '뮤직뱅크'는 2007년, MBC '쇼!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는 2013년 4월과 3월부터 각각 순위제를 시행 중이다.
지상파 3사가 모두 순위제를 운용한 지는 올해로 10년째가 되는 셈이다.
이들 세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은 지난 13∼15일 닐슨 코리아 기준 각각 0.8∼0.9%를 기록해 1%가 안 된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인기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K팝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쓰는 지금 이들의 위상은 간판급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이 K팝의 글로벌 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해외에서는 음악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최근 K팝의 동향을 파악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음악 프로그램 무대는 K팝 그룹이 가진 저마다의 콘셉트에 따라 꾸며지는 특성이 있다"며 "해외 팬에게 3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그 그룹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음악 프로그램의 각 무대는 동영상 클립 형태로 유튜브나 네이버TV 등으로 확대 재생산돼 해외 K팝 팬들이 소비하는 핵심 콘텐츠로 부상했다.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콘서트가 막히면서 음악 프로그램은 해외 팬이 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각 방송사도 공식 뮤직비디오 못지않게 포인트 안무를 잘 포착해내거나, 인기 멤버만 따라다니는 '개인 캠'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이 같은 해외 팬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이는 제작진이 마치 가수처럼 멤버별 안무 동선을 숙지해 녹화 내내 뛰어다닌 결과물로, 이 덕에 국내 음악 프로그램의 무대 수준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걸그룹 아이브가 지난해 12월 출연한 '인기가요' 무대는 멤버 이서를 밀착 촬영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아 유튜브 조회 수 500만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 방송 점수는 '매니저 발품 점수'?…사실상 '방송국 기여' 요구
한편으로는 이들 음악 프로그램이 '제각각' 내놓는 1위를 두고 그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13일 '뮤직뱅크'에서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이 '밀리언셀러' 임영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빚어진 거센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60%, 방송 횟수 20%, 시청자 선호도 10%, 음반 5%, 소셜 미디어 5%를 합쳐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임영웅은 디지털 음원 점수와 음반 점수에서 크게 앞서고서도 방송 점수에서 뒤져 1위를 따내지 못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KBS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이번 순위의 집계 기간(5월 2∼8일) 집계 대상인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뮤직뱅크 자체 공지를 통해서도 "방송 점수 중 라디오 부문은 KBS 쿨FM의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해당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은 집계 대상이 아니다.
이 기준은 모든 곡에 매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해명에 진땀을 쏟았다.
KBS의 설명을 종합하면 방송 점수는 결국 TV, 일부 라디오,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에 해당 가수의 노래가 얼마나 나왔는지 수치화한 점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방송은 자사 프로그램에 국한하기 때문에 결국 '기여도 점수'라는 점에서 객관적 인기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방송 점수는 기획사들 사이에서 '매니저 발품 점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높은 순위를 위해 컴백 중에 각종 방송 출연을 몰아 잡는다.
방송 점수 최소 3천점은 받고 시작하려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TV나 라디오 출연 혹은 음악 삽입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니저가 구슬땀을 흘리며 방송국과 접촉해야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점수는 직접 출연 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말미에 나오는 뮤직비디오로도 따낼 수 있다.
그러나 가요계에 따르면 임영웅 측은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의 방송용 편집이 늦어지면서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순위 집계 기간에 맞춰 방송국 측에 클립 제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투어 기간이라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없어 방송 점수에서 불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하더라도 방송 점수가 상대보다 낮은 수준을 넘어 아예 0점인 것을 두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인기가요'는 SNS 점수를 30% 반영하는데, 이는 사실상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조회 수는 소속사에서 유튜브 유료 광고(일명 프로모)를 통해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가요계 관계자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 가운데 유료 광고로 획득한 부분과 순수한 시청으로 얻은 부분을 방송국 측에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K팝 시장 확대로 출연 '좁은 문'…"장르 다양성 확보 필요" 지적
K팝 시장 호황에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 기회는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통상 한 회당 10∼15개 팀이 출연하는데, 인기 가수 3∼4팀과 대형 기획사 소속 3∼4팀을 제외하면 남는 자리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수가 신인이더라도 매니저가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영향력이 있다면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가수도 회사도 경력이 짧다면 출연을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매주 출연 요청을 30팀 이상 하는데 그 가운데 실제 출연하는 팀은 열몇 개에 불과하다"며 "중소 기획사 신인은 출연을 위해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속사 매니저들이 매주 월요일 혹은 화요일 제작진과 접촉해 출연을 논의하는 '페이스 미팅'이 가요계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 여파로 제작진과 소속사 매니저가 비대면으로 소통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대면 페이스 미팅이 최근 부활했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 가수들의 장르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단골로 지적되는 소재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 외에 보컬 그룹·밴드·발라드 가수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K팝 한류가 확산하면서 아이돌 그룹 편향이 심화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지상파만큼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자리 가운데 일부를 아이돌 그룹 외에 다른 장르에 배분하는 등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매니저-PD 대면 만남 관행 최근 부활
MBC TV '쇼! 음악중심'과 SBS TV '인기가요' 같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2013년 순위제가 부활한 지 10년째를 맞았다.
가요계에서는 이들 음악 프로그램을 두고 K팝 시장 호황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와 함께, 순위 결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 시청률 1% 밑돌지만…K팝 '핵심 콘텐츠'로 부상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KBS 2TV '뮤직뱅크'는 2007년, MBC '쇼!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는 2013년 4월과 3월부터 각각 순위제를 시행 중이다.
지상파 3사가 모두 순위제를 운용한 지는 올해로 10년째가 되는 셈이다.
이들 세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은 지난 13∼15일 닐슨 코리아 기준 각각 0.8∼0.9%를 기록해 1%가 안 된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인기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K팝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쓰는 지금 이들의 위상은 간판급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이 K팝의 글로벌 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해외에서는 음악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최근 K팝의 동향을 파악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음악 프로그램 무대는 K팝 그룹이 가진 저마다의 콘셉트에 따라 꾸며지는 특성이 있다"며 "해외 팬에게 3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그 그룹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음악 프로그램의 각 무대는 동영상 클립 형태로 유튜브나 네이버TV 등으로 확대 재생산돼 해외 K팝 팬들이 소비하는 핵심 콘텐츠로 부상했다.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콘서트가 막히면서 음악 프로그램은 해외 팬이 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각 방송사도 공식 뮤직비디오 못지않게 포인트 안무를 잘 포착해내거나, 인기 멤버만 따라다니는 '개인 캠'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이 같은 해외 팬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이는 제작진이 마치 가수처럼 멤버별 안무 동선을 숙지해 녹화 내내 뛰어다닌 결과물로, 이 덕에 국내 음악 프로그램의 무대 수준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걸그룹 아이브가 지난해 12월 출연한 '인기가요' 무대는 멤버 이서를 밀착 촬영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아 유튜브 조회 수 500만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 방송 점수는 '매니저 발품 점수'?…사실상 '방송국 기여' 요구
한편으로는 이들 음악 프로그램이 '제각각' 내놓는 1위를 두고 그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13일 '뮤직뱅크'에서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이 '밀리언셀러' 임영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빚어진 거센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60%, 방송 횟수 20%, 시청자 선호도 10%, 음반 5%, 소셜 미디어 5%를 합쳐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임영웅은 디지털 음원 점수와 음반 점수에서 크게 앞서고서도 방송 점수에서 뒤져 1위를 따내지 못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KBS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이번 순위의 집계 기간(5월 2∼8일) 집계 대상인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뮤직뱅크 자체 공지를 통해서도 "방송 점수 중 라디오 부문은 KBS 쿨FM의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해당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은 집계 대상이 아니다.
이 기준은 모든 곡에 매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해명에 진땀을 쏟았다.
KBS의 설명을 종합하면 방송 점수는 결국 TV, 일부 라디오,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에 해당 가수의 노래가 얼마나 나왔는지 수치화한 점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방송은 자사 프로그램에 국한하기 때문에 결국 '기여도 점수'라는 점에서 객관적 인기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방송 점수는 기획사들 사이에서 '매니저 발품 점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높은 순위를 위해 컴백 중에 각종 방송 출연을 몰아 잡는다.
방송 점수 최소 3천점은 받고 시작하려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TV나 라디오 출연 혹은 음악 삽입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니저가 구슬땀을 흘리며 방송국과 접촉해야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점수는 직접 출연 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말미에 나오는 뮤직비디오로도 따낼 수 있다.
그러나 가요계에 따르면 임영웅 측은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의 방송용 편집이 늦어지면서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순위 집계 기간에 맞춰 방송국 측에 클립 제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투어 기간이라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없어 방송 점수에서 불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하더라도 방송 점수가 상대보다 낮은 수준을 넘어 아예 0점인 것을 두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인기가요'는 SNS 점수를 30% 반영하는데, 이는 사실상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조회 수는 소속사에서 유튜브 유료 광고(일명 프로모)를 통해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가요계 관계자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 가운데 유료 광고로 획득한 부분과 순수한 시청으로 얻은 부분을 방송국 측에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K팝 시장 확대로 출연 '좁은 문'…"장르 다양성 확보 필요" 지적
K팝 시장 호황에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 기회는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통상 한 회당 10∼15개 팀이 출연하는데, 인기 가수 3∼4팀과 대형 기획사 소속 3∼4팀을 제외하면 남는 자리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수가 신인이더라도 매니저가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영향력이 있다면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가수도 회사도 경력이 짧다면 출연을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매주 출연 요청을 30팀 이상 하는데 그 가운데 실제 출연하는 팀은 열몇 개에 불과하다"며 "중소 기획사 신인은 출연을 위해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속사 매니저들이 매주 월요일 혹은 화요일 제작진과 접촉해 출연을 논의하는 '페이스 미팅'이 가요계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 여파로 제작진과 소속사 매니저가 비대면으로 소통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대면 페이스 미팅이 최근 부활했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 가수들의 장르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단골로 지적되는 소재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 외에 보컬 그룹·밴드·발라드 가수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K팝 한류가 확산하면서 아이돌 그룹 편향이 심화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지상파만큼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자리 가운데 일부를 아이돌 그룹 외에 다른 장르에 배분하는 등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