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브루스 스프링스틴' 바카르축…"우리는 견뎌야 합니다"

마이크도 조명도 없이…전장 찾아다니는 우크라 국민 록가수
"온 나라가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견뎌야 합니다"
공장 창고 안에 차려진 우크라이나군의 허름한 임시 캠프에서 우크라이나 록가수 스뱌토슬라브 바카르축(47)은 전장의 음습한 기운에 짓눌려 있지만 사기를 잃지 않는 장병들에게 응원의 노래를 불렀다.

이렇다 할 조명이나 음향시설도 없이 통기타 하나만 들고 나선 위문공연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의 브루스 스프링스틴(미국 록음악계의 상징적 인물)'으로 통하는 바카르축의 공연 현장을 18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공연이 열린 구체적인 지명과 부대명 등은 우크라이나군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 국회의원을 지낼 정도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앞장 섰던 바카르축은 수도 르비우를 비롯해 10여개 도시를 돌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힘들어하는 주민들과 전투에 참가한 군인 등을 위해 작은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체르노빌 원전을 찾아 제어실 근로자들을 위한 공연도 열기도 했다.

록밴드 오케안 엘지(Okean Elzy)의 리더로 현지에서 잘 알려진 바카르축은 군인들 앞에서 40여분간 노래를 하면서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병사들은 고철 더미에 앉아서, 일부는 방탄복이 쌓인 팔레트 위에 서서 바카르축의 노래에 환호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공연 장면을 찍는 군인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는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러시아군 포로를 볼 수 있었다"면서 "그들에게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당신이 그처럼 부당한 명령을 하는 러시아 정부를 바꾸거나 명령을 어기는 공범이 돼 달라고…"라고 말했다.

바카르축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결사 항전을 벌이다 희생한 군인들을 기리는 뜻에서 '마리아의 도시(City of Mary)'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공연을 본 우크라이나 군인 이고르 소츠카(23)는 WP에 "우리가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며칠 전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으며 야간 호송 임무를 수행했던 스타니슬라우 키슬로우 중위도 "이 공연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바카르축은 그의 연설과 노래로 큰 임무를 부여받은 것 같다"고 했다.

WP는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팝음악 축제 '유로비전 2022'에서 우승한 점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영감과 화합을 위한 음악의 힘에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