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서울 대학로 소재)은 19일부터 7월 17일까지 기획초대전 '올 어바웃 러브: 곽영준&장세진'을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곽영준(38)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지에서 활동 중이며 사라 반 데어 헤이드(45. 한국명 장세진)는 네덜란드로 입양된 작가로 벨기에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 미술관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경이 다른 두 작가의 전시작은 성적, 인종적 소수자로 살아가며 겪은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곽영준이 선보인 조각과 영상 작품은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남녀 양성을 지닌 인물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모티브로 제작한 '헤르마프로디토스의 폭로' 연작은 직물과 레진 등을 사용해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의 모습을 중첩해 보여준다.
화려한 라인석을 붙인 조각품 '순종적인 스파르타 전사의 흉갑' 역시 남성과 여성의 몸을 하나로 표현했다.
영상 작품 '슬로우 댄스'는 전통적 성역할을 전제로 한 가사 공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담아냈다.
느리게 움직이는 인물을 통해 이분법적 구분에 대한 불안과 권태감을 포착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곽영준은 "슬로우 댄스는 집 안에서 고립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팬데믹과 연관성을 갖는다"며 "친숙한 공간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형성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성이나 계층 등의 차이를 넘어 타인과 연결하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입양아 출신인 장세진은 국제 입양의 어두운 면인 제국주의적 관습을 폭로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 2점을 전시한다.
자기 뜻과 무관하게 아이를 해외로 보내야 했던 한국과 방글라데시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설치작품 '산신(山神) 기관'을 통해 "왜 입양 국가는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고 모국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가"라고 질문한다.
이 작품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태양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를 달로 형상화해 이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이 작동함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 '올 어바웃 러브'는 지난해 타계한 페미니즘 사상가 벨 훅스가 1999년 출판한 동명의 책 제목을 참조했다고 아르코미술관은 밝혔다.
훅스는 사랑을 이성애에 한정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성장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로 정의하면서 사랑의 실천을 차별과 폭력 등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관장은 "서로 다른 매체와 방법으로 작업하는 두 작가를 사랑이란 주제로 함께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고립된 개인들이 공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조명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별도의 예약 없이 현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