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여성·민주화운동 투신한 '광주의 어머니'
윤석열 대통령이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일인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전에 세 차례 묘지를 찾았던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배한 오월 영령은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는 고(故) 조아라(1912∼2003년) 광주 YWCA 명예회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을 마치고 조 여사 묘와 무명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조아라 여사는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지위 향상, 민주화운동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조 여사는 수피아여학교 재학 시절 참여했던 '백청단'의 '은지환 사건' 주동자로 1933년 뒤늦게 체포돼 한 달간 옥고를 치렀다.

백청단은 수피아여학교 학생들의 비밀결사로, 단원들은 독서토론 모임을 표면에 내세웠으나 은반지로 서약하고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투쟁에 참여했다.

1936년 수피아여고가 신사참배를 거부, 폐교될 당시 동창회장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검거돼 옥고를 치렀다.

해방 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소외당하는 여성과 어린이를 위해 헌신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문을 닫았던 광주 YWCA와 수피아여고 재건에도 힘을 쏟았다.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1951년 성빈여사를 개원하고 1952년에는 야간 중학교인 호남여숙을 설립했다.

1960년대에는 가정법률상담소를 열고 소비자보호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60년대부터 32년간 광주YWCA 총무와 회장으로 일하며 주춧돌을 놓았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기간에는 지역 원로로서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구속자와 부상자들을 돌봤다.

계엄군에게 끌려가 6개월간 옥고를 치렀음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상자와 사망자 수습을 도왔다.

이후 가족법 개정 서명운동에 앞장섰고 1992년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토론회에 한국 여성계 대표로 참석했다.

조 여사는 생전에 '광주의 어머니', '민주화의 대모' 등 자신을 향한 모든 호칭이 부담스럽다며 그저 심부름꾼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은 조 여사에게 물들여지지 않는 흰 명주실처럼 고매한 인품에 탄복했다며 소심당(素心堂)이라는 호를 지어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