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한경 DB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한경 DB
이번주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공포 속에서도 1조8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함께 증시가 연일 급락장을 연출했지만, 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을 쓸어담았다.

개인들은 저가매수를 한 후 향후 반등하면 차익을 챙기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 등의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부각되는 와중에 증시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보니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번주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577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915억원, 68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홀로 349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던진 365억원, 2888억원의 물량을 받아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4.76%, 7.37% 폭락했다.

개인들의 공격적인 매수는 향후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저가매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코스피지수가 바닥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 내 호재성 재료가 부재하면서 단기적인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경 DB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경 DB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이번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 7245억원어치를 매도하고, 1조1959억원어치를 매수했다. 개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만 4713억원에 달했다.

이외에 △LG생활건강 1814억원 △삼성전자우 899억원 △삼성SDI 857억원 △카카오 761억원 △LG전자 736억원 △POSCO홀딩스 499억원 △두산에너빌리티 486억원 △삼성전기 413억원 △KG스틸 488억원 등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선 △에코프로비엠 453억원 △천보 374억원 △CJ ENM 249억원 △디어유 193억원 △LX세미콘 180억원 △에스엠 169억원 △오스템임플란트 151억원 △엘앤에프 130억원 △노터스 12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코스닥시장에선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팔자'세와 달리 개인이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하락장을 그나마 지탱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3376억원 △LG생활건강 1419억원 △삼성SDI 1151억원 △삼성전자우 823억원 △카카오 657억원 △POSCO홀딩스 534억원 △LG화학 522억원 △카카오배크 376억원 등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엠 273억원 △천보 260억원 △위메이드 255억원 △디어유 202억원 △CJ ENM 175억원 △레고켐바이오 159억원 △컴투스 126억원 △카카오게임즈 125억원 △LX세미콘 124억원 등을 순매도 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폭락장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자칫 저가매수 전략에 나선 개인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의 정점 통과 신호가 일부 확인됐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매크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단기 반등이 나오는 국면이라면 일부 현금화 통해 대응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