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원 주고 산 중고 핸드백이…" 샤넬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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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샤넬 롤렉스 웃돈 첫 '하락'
명품 '버블' 꺼진다
명품 '버블' 꺼진다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던 롤렉스와 샤넬 등 명품의 리셀(되팔기)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이 본격 시작하면서 명품에 쏠렸던 관심이 점차 줄어들은 영향이 컸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투자자들은 롤렉스와 샤넬 등 명품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조각투자’나 ‘리셀’을 진행해 온 만큼 가격 하락의 타격일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명품시계업계에 따르면 롤렉스 가격은 지난 1월 정점을 찍고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롤렉스 중 유통량이 가장 많아 시계가격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검정)는 지난해 12월 2023만원에 거래돼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200만원이 하락한 1800만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시계의 정가는 1290만원이다. 웃돈이 제품 가격의 60% 이상으로 거래됐으나 최근에 거품이 빠졌다. 호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제품의 가격이 가장 빠르게 하락했다. ‘서브마리너 신형그린’ 모델은 지난해 1월 33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는 550만원 하락한 275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롤렉스 시계의 리셀가격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뒤 50% 상승해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10년째 명품시계를 거래한 JJ워치 대표는 “최근 롤렉스 공급량이 늘었는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가격이 단기간에 하락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의 리셀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샤넬은 판매가격을 다른 명품과 비교해 급격하게 올리는 ‘초고급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샤넬 핸드백 유통이 늘면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리셀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샤넬 클래식 미디움 판매가격은 1180만원으로 리셀가격과 차이가 없다.
국내 골프장 회원권은 2년 만에 하락 반전했다.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인 ‘에이스피(ACEPI)’ 4월 평균지수는 1316포인트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3월(1321포인트)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명품과 같은 사치재에 몰리던 유동성이 해외여행 등 대체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시중에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프리미엄이 붙은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 웃돈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 발길이 뜸합니다.”(청담동 A 명품 중고 매장)
작년 6월 청담동 명품 거리 중고 매장에는 샤넬 핸드백을 웃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 샤넬 핸드백의 판매가격이 치솟으면서 발걸음이 뜸해졌다. 작년 매출 ‘1조 클럽’ 달성한 시중의 백화점도 명품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해외여행이 시작되면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 크다는 우려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여름부터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명품 시계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롤렉스 시계 가격은 지난해 말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스타벅스’로 불리는 서브마리너 신형그린은 지난해 12월 3300만원 선에 거래된 뒤 최근 2750만원대로 하락했다. 서브마리너 GMT펩시 가격도 같은 기간 4000만원에서 3550만원으로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명품시계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들어 롤렉스 등 명품시계를 사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져 시계의 호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의 가격도 내리고 있다. 명품 리셀 가격이 최고로 치솟던 작년 12월에는 샤넬 클래식 더블 플랩 리셀 가격이 13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현재 리셀 가격은 10% 이상 하락한 1100만원대 수준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정가(1180만원)와 거의 비슷해 시세차익을 위해 ‘오픈런’을 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만 해도 매장에서 구매한 가방을 비싼 값에 되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나오곤 했다. 청담동에서 명품 중고 매장을 운영하는 황이진 엘러브 대표는 “샤넬이 최근 급속도로 핸드백 가격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을 따라오지 못해 주춤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전에도 가격 상승의 정체기가 있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과 겹치면서 명품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의 거래량이 급락하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이달 들어 NFT 거래 건수는 1만9000건 수준으로 지난해 9월 22만5000건 대비 92%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품을 ‘자산가치’를 가진 투자재로 인식하면서 가격이 책정되고 변동성이 나타났다”며 “최근 시장에 유동성이 줄고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늘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을 찾는 중산층 소비자의 숫자가 감소하는 영향도 크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중산층들이 명품시장에 새롭게 진입했는데 최근에는 이들이 부담스러운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가의 상품을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명품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만큼 명품 시장의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등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명품 소비 심리가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서용구 소비자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여행 등 명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상품이 늘면서 시장의 성장세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13일 명품시계업계에 따르면 롤렉스 가격은 지난 1월 정점을 찍고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롤렉스 중 유통량이 가장 많아 시계가격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검정)는 지난해 12월 2023만원에 거래돼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200만원이 하락한 1800만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시계의 정가는 1290만원이다. 웃돈이 제품 가격의 60% 이상으로 거래됐으나 최근에 거품이 빠졌다. 호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제품의 가격이 가장 빠르게 하락했다. ‘서브마리너 신형그린’ 모델은 지난해 1월 33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는 550만원 하락한 275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롤렉스 시계의 리셀가격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뒤 50% 상승해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10년째 명품시계를 거래한 JJ워치 대표는 “최근 롤렉스 공급량이 늘었는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가격이 단기간에 하락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의 리셀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샤넬은 판매가격을 다른 명품과 비교해 급격하게 올리는 ‘초고급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샤넬 핸드백 유통이 늘면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리셀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샤넬 클래식 미디움 판매가격은 1180만원으로 리셀가격과 차이가 없다.
국내 골프장 회원권은 2년 만에 하락 반전했다.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인 ‘에이스피(ACEPI)’ 4월 평균지수는 1316포인트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3월(1321포인트)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명품과 같은 사치재에 몰리던 유동성이 해외여행 등 대체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시중에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프리미엄이 붙은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 웃돈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 발길이 뜸합니다.”(청담동 A 명품 중고 매장)
작년 6월 청담동 명품 거리 중고 매장에는 샤넬 핸드백을 웃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 샤넬 핸드백의 판매가격이 치솟으면서 발걸음이 뜸해졌다. 작년 매출 ‘1조 클럽’ 달성한 시중의 백화점도 명품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해외여행이 시작되면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 크다는 우려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여름부터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 사느니 해외여행 간다
명품 리셀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치싸움’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가지고 있던 매물을 급히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 샤넬 매장에서 1200만원대 핸드백을 구매한 김씨(35)는 최근 중고 명품 판매처에 자신의 핸드백을 내놨다. 김씨는 “VIP 멤버십을 유지하기 위해 구매했는데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서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며 “시세보다 낮더라도 값어치가 떨어지기 전에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명품 시계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롤렉스 시계 가격은 지난해 말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스타벅스’로 불리는 서브마리너 신형그린은 지난해 12월 3300만원 선에 거래된 뒤 최근 2750만원대로 하락했다. 서브마리너 GMT펩시 가격도 같은 기간 4000만원에서 3550만원으로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명품시계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들어 롤렉스 등 명품시계를 사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져 시계의 호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 핸드백의 가격도 내리고 있다. 명품 리셀 가격이 최고로 치솟던 작년 12월에는 샤넬 클래식 더블 플랩 리셀 가격이 13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현재 리셀 가격은 10% 이상 하락한 1100만원대 수준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정가(1180만원)와 거의 비슷해 시세차익을 위해 ‘오픈런’을 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만 해도 매장에서 구매한 가방을 비싼 값에 되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나오곤 했다. 청담동에서 명품 중고 매장을 운영하는 황이진 엘러브 대표는 “샤넬이 최근 급속도로 핸드백 가격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을 따라오지 못해 주춤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전에도 가격 상승의 정체기가 있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과 겹치면서 명품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의 거래량이 급락하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이달 들어 NFT 거래 건수는 1만9000건 수준으로 지난해 9월 22만5000건 대비 92%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품을 ‘자산가치’를 가진 투자재로 인식하면서 가격이 책정되고 변동성이 나타났다”며 “최근 시장에 유동성이 줄고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늘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을 찾는 중산층 소비자의 숫자가 감소하는 영향도 크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중산층들이 명품시장에 새롭게 진입했는데 최근에는 이들이 부담스러운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명품 시장 성장세 둔화할 것
롤렉스와 샤넬 등 명품의 리셀 가격이 급상승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국내 명품시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한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 127억2670만달러(16조1692억원)에서 작년 141억6500만달러(17조9966억원)로 1조8273억원(11%) 성장했다. 해외여행이 감소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명품시장으로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정가보다 중고 시장에서 되파는 리셀 가격이 더 높은 ‘프리미엄’ 현상도 2020년 이후에 나타났다. 향후 명품 시장 성장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가의 상품을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명품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만큼 명품 시장의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등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명품 소비 심리가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서용구 소비자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여행 등 명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상품이 늘면서 시장의 성장세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