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럭키그룹 임직원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


● 산업화 역사의 증인…"기술력만이 답"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故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195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군복무 시절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 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았다.

그는 산업화 당시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했다. 이후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現 LG화학),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일선에서 뛰었다.

1980년 ㈜럭키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구 회장은 기업과 나라가 잘 되려면 기술력만이 답이라고 여겼다. 80년대 당시 세계 석유화학시장 수출 강국인 일본과 대만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당시 "우리는 지금 가진 게 없다. 자본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오직 창의력과 기술, 지금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술력을 중요시했던 구 회장은 "남이 하지 않는 것,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당시에 없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으며,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고,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 일개 사업부를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2021년 1조 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LG에서 화학, 전자 등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아워홈 사업부를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 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 사업부를 매출액 2조에 가까운 지금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LG건설 회장 재직 당시 LG유통 FS사업부에서 제공하는 단체급식에 불만이 있었다. 구 회장은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그는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구 회장은 단체급식사업도 화학, 전자와 같이 자신이 몸 담았던 첨단산업분야에 못지 않은 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당시 임원들은 "대량 생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구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 5천여 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고, 현재 연구원 100여 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생산·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 2000년대 초 구 회장은 미래 식음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과 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7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산·물류센터 부지를 찾아 전국을 돌았다. 현재 아워홈은 업계 최다 생산시설(9개)과 물류센터(14개)를 운영하며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 "국민이 건강해야 기업도, 나라도 건강하다"

구 회장은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뒀다.

80년대 럭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세상에 내놓았던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 역시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했다.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2018년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 구자학 아워홈 회장

▲ 출생: 1930년 경남 진주

▲ 가족: 아버지 구인회, 배우자 이숙희, 아들 구본성, 딸 구미현, 딸 구명진, 딸 구지은

▲ 학력: 1950 해군사관학교 / 1960 미국 디파이언스대학교 / 1994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 상훈: 1983 서독 십자공로대훈장 / 1987 신산업경영인 / 1986 금탑산업훈장 / 1983 철탑산업훈장 / 1986 국민훈장 동백장 / 1951 충무무공훈장 / 1952·1953 화랑무공훈장 / 1995 무역인대상 / 2013 호국영웅기장 / 2017 체육포장

▲ 경력: 1959 해군장교 소령 예편 / 1960 한일은행 근무 / 1973 호텔신라 사장 / 1980 럭키(現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 1981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 / 1983 조정협회 회장 / 1983 한독수교백주년 기념사업 위원장 / 1986 금성사(現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 1987 럭키금성그룹(現 LG그룹) 부회장 겸 금성사(現 LG전자) 통합 사장 / 1987 한독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1987 한미동남부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1989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회장 / 1995 LG반도체(現 SK하이닉스) 회장 / 1995 LG건설(現 GS건설) 회장 겸 LG엔지니어링(現 GS건설) 회장, LG CU장 평가위원회 의장 / 2000 아워홈 회장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