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찰 파견 실험 기간 긍정 평가받았으나 중단 후 '도루묵'

제주도가 자치경찰제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던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뒤엉킨 자치경찰] ②자치경찰단 16년…성과는 정책 따라서 왔다 갔다
제주특별법 88조에 '자치경찰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도지사 소속으로 자치경찰단을 둔다'고 명시되면서 우선 시행이 가능했다.

제주 자치경찰단 소속 경찰은 지방자치경찰공무원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

당시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자치경찰의 업무는 환경과 식품, 위생 등 17개 분야 59개 법률에서 정한 특별사법경찰사무와 생활안전을 위한 순찰·지도, 가정 및 학교 폭력 예방, 교통 활동에 관한 사무 등에 한정됐다.

또 자치경찰단 정원은 127명이었지만, 현원은 국가경찰에서 넘어온 38명이 전부였다.

이후 자치경찰공무원 수는 2008년 82명, 2011년 94명, 2017년 125명으로 늘었다.

자치경찰단은 2008년 제주도 조직 개편 때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센터 사무를, 2011년 행정시 교통시설 사무를 각각 넘겨받았다.

이어 2014년 제주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자치경찰단은 운전자 음주 운전 단속과 통제가 필요한 구간에 대한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금지 권한을 갖게 됐다.

이때 특별사법경찰 업무는 19개 분야 86개 법률로 늘었다.

창설 10년째를 맞은 2016년에는 제주자치경찰단 단장의 직급이 자치총경에서 자치경무관으로 높아지고, 자치경위까지로 한정된 자치경찰의 근속 승진 범위도 자치경감까지로 확대됐다.

정원도 130명으로 증가했다.

또 관광경찰과가 신설되고 교통(경범) 범칙금 미납자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 권한도 얻게 됐다.

국가경찰 기준으로 볼 때 인구 15만 미만인 3급지 경찰서 정도의 인력을 충원하고, 교통질서 유지 업무에 필요한 음주 운전 단속 권한을 얻는 데만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다.

[뒤엉킨 자치경찰] ②자치경찰단 16년…성과는 정책 따라서 왔다 갔다
2016년 제주도 인구 64만 명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다 권한까지 제한되면서 자치경찰 출범 당시 기대됐던 지역 주민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가 제대로 실현될 리가 없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자치경찰제 논의에 불이 지펴지면서 자치경찰단도 새롭게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정부는 2021년 전국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면 실시를 목표로 2018년 초부터 자치경찰단의 사무 범위와 인력을 실험적으로 확대했다.

지방자치단체 아래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이원화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이미 지자체 단위 자치경찰단이 운영되고 있는 제주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단은 2018년 4월 제주경찰청과 한시적인 업무협약을 맺고 당시 국가경찰 사무인 생활안전과 아동·청소년, 교통 업무를 넘겨받았다.

제주경찰청 산하 3개 지구대와 4개 파출소도 관할하게 됐다.

또 112신고 유형 55종 중 비교적 긴급하지 않은 일상 신고 12종(주취자, 보호조치, 교통 불편, 분실물, 위험 동물 등)도 맡았다.

이를 위해 제주경찰청 인력 268명이 3단계에 걸쳐 자치경찰단에 파견됐다.

자치경찰단은 이에 힘입어 이주민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치안 서비스 개선 요청이 잇달았던 제주시 동·서부 중산간 지역에 행정복합치안센터를 도입해 '우리 동네 경찰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에 설치된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 24시간 상주하면서 보호가 필요한 주취자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기존 3개 경찰서에서 각각 처리했던 유실물을 통합 관리해 반환율을 높였다.

무엇보다 제주도와 공조해 교통사고 요인을 분석하고, 도 예산을 신속하게 투입해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 등 적재적소에서 사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뒤엉킨 자치경찰] ②자치경찰단 16년…성과는 정책 따라서 왔다 갔다
하지만 2020년 12월 기존 국가경찰 내 자치 사무 부서를 만드는 내용의 경찰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치경찰단에 파견됐던 국가경찰은 2020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전원 제주경찰청으로 복귀했다.

현재 자치경찰단은 1관(경찰정책관)·3과(수사·교통생활안전·관광경찰과)·1대(서귀포지역경찰대)·1센터(교통정보센터)로 편성됐다.

지방자치경찰 정원은 157명으로, 이달 들어 별도 정원으로 분류됐던 휴직자가 복귀하면서 15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사과 18명, 교통생활안전과 39명, 관광경찰과 33명이 사실상 도 전역의 업무를 처리한다.

여기서 주민 체감이 높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인 교통생활안전과 내 생활안전팀 소속은 고작 9명이고, 교통 단속과 지도 업무를 하는 교통관리팀은 19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명은 교통민원팀 소속으로, 2020년 1월 제주도 행정기구설치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떠안게 된 교통안전 시설 개선 등을 위한 민원을 맡고 있다.

서귀포지역경찰대는 27명이 관광과 수사, 교통생활안전, 총무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당장 인력을 충원할 수는 없다.

자치경찰단 예산 대부분은 제주도가 편성해 투입하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이어 국정과제로 지방 분권 강화를 공약하고, 이에 대한 실천 과제 중 하나로 이원화된 자치경찰제를 내세운 상황으로 세부적인 모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인원을 충원할 수도 없는 처지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