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우크라 사태에도 대규모 자본 유출 없어…환율 상승폭 과거 대비 제한"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관리·외환시장 접근성 개선 필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가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이고 환율 상승을 유발했다면서도 그 영향은 2014년 이후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최우진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12일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 및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대외 순자산국으로 전환된 2014년을 기점으로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이 이전보다 축소됐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을 대리하는 지표로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지수(VIX)를 활용해 환율 상승 폭과 자본 유출 규모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VIX가 100%포인트 증가할 때 환율 상승분은 2013년 이전에 7.9%포인트 상승하고 자본유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014년부터는 VIX가 100%포인트 증가할 때 환율 상승분은 2.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시기 자본유출은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최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 충격과 환율 및 자본 유출의 관계를 보면 2014년 이후 환율 상승 및 자본유출 규모, 곡선의 기울기는 완만해졌다"며 "2018년 1분기 신흥시장 조정, 2018년 4분기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코로나19 위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대외 자본 순유출을 직접투자(FDI), 주식과 채권을 포함하는 포트폴리오(증권) 투자, 은행 부문을 포함한 기타투자 등으로 나눠보면 특히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자본 유출 규모가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확대된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최근의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외국인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분기별로 봤을 때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했던 2020년 1분기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자본은 채권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순유입됐다"며 "최근 환율이 상승(원화 절하)하고 있으나 대외 충격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환율 상승 폭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위기로 불확실성이 정점이던 2020년 3월 20일 원/달러 환율은 직전 30일 대비 7.5%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이던 2008년 10월 27일 상승률(직전 30일 대비) 25.4%보다 적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지난해 2월 중순 이후 주식자금은 순유출됐으나 채권자금은 순유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 충격의 영향이 적어진 배경으로 비교적 낮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 타 국가보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낮은 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국제 경쟁력 등을 거론했다.

한국 국고채가 다른 국가 외환보유액에 편입된 규모가 2020년 말 기준 810억달러로 미국 달러화 외 통화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등 투자 환경의 개선도 배경으로 꼽혔다.

최 연구위원 "대외건전성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환율 및 자본유출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갑작스러운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및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