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여성 용의자, 하객인 것처럼 위장하고 범행

"용의자 얼굴까지 나온 CCTV가 있으니 꼭 좀 잡아 주십시오."
지난 1일 경기도 광명시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새 신랑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 부조금이 든 가방을 비롯해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도둑맞은 절도 피해자이다.

"결혼식 기념촬영 중 부조금 든 가방 도둑맞아"…경찰 수사
50∼6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B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 10분께 예식을 마친 A씨가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틈을 타 A씨의 할머니, 처형, 처제의 가방 3개를 들고 달아났다.

가방 안에는 세 사람의 지갑과 휴대전화 등은 물론 순금 3돈과 신부의 친구들이 별도로 챙겨준 축의금 일부가 들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 촬영을 마친 A씨와 가족들은 곧바로 피해 사실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예식장 내 CCTV를 확인하고 진술을 청취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CCTV에는 B씨가 결혼식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들어와 서성대는 장면부터 A씨 가족 측에 하객인 것처럼 말을 거는 장면, 그리고 범행 후 훔친 가방을 가지고 예식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한시가 급했던 A씨는 1시간가량 조사를 마친 경찰이 철수한 뒤 예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B씨의 동선 파악을 계속한 끝에 통신사를 통한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B씨가 절도한 가방 안에 든 전화기를 광명역 7번 출구 부근에 버리고 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재차 경찰에 신고했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광명역 내 CCTV를 돌려보면서 B씨의 얼굴이 명확하게 나온 고화질의 영상을 확보하고, 그가 버스를 타는 방향인 5번 출구 쪽으로 달아났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혼식 기념촬영 중 부조금 든 가방 도둑맞아"…경찰 수사
경찰 수사가 열흘 넘게 진행 중인 가운데 A씨는 사건 당일 경찰관으로부터 용의자 검거가 어려울 것이라는 황당한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은 '용의자가 출구에서 왼쪽으로 나갔다면 CCTV가 없는 곳이라 검거가 어렵다.

잡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며 "당시 나와 함께 있던 많은 가족은 경찰이 도둑을 못 잡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도 피해 후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되지는 않을까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얼굴이 명확히 찍힌 CCTV 장면도 있는 만큼, 하루속히 범인을 검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경기 광명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측에 '검거가 어렵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용의자가 버스를 탄 것 같으니 버스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수사하겠다'고 안내했다"며 "사건 발생 직후부터 철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CCTV 및 버스 블랙박스를 살펴보는 한편 광명 이외의 지역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 바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