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외주제작 PD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두 사람은 2016년 4월 노인 대상 소매치기 사건 취재를 위해 한 교도소를 찾아가 재소자의 지인인 것처럼 속이고 약 10분 동안 접견을 하면서, 반입이 금지된 손목시계 모양의 녹음·녹화 장비로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은 건조물침입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한 판단은 달리 내렸다.
1심은 "피고인들이 접견 과정을 녹음·녹화한 행위는 통상적인 업무 처리 과정에서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사용해 교도관의 금지물품 검사·단속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행위이고 공무집행방해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당시 교도관들이 금지물품 소지 여부를 충실히 감시·단속했으므로 '직무집행을 못하게 했다'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도관들은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어려웠다고 주장했으나 교도소에는 휴대용 금속탐지기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민원인의 신체를 훑는 정도의 검사는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고, A씨 등의 접견을 모니터링한 뒤 취재를 위해 잠입한 사람들이라고 의심을 해놓고도 소지품을 사후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은 이에 따라 1심이 부과한 벌금(A씨 200만원, B씨 300만원)을 70만원과 100만원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건조물침입 혐의마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A씨 등은 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하는 교도소 정문 근무자에게 방문 목적을 밝히고 신분증을 제시했는데도 아무런 검사나 제지를 받지 않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접견실까지 들어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들이 수용자와 접견하며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할 목적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것이어서 관리자가 이런 사정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형태)으로 교도소에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올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원복집 사건'과 관련한 1997년 판례를 변경하면서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거주자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 해도 그 주거의 형태·용도·성질, 외부인 출입 통제·관리방식 등을 따져 객관적·외형적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돼야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법리를 확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