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中 패권 경쟁 속 '양날의 검' 되나 [Dr.J’s China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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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美 바이든 방한 앞두고 반도체 동맹 부각
대중외교, 미중 경제전쟁 변화 대응 필요
美 바이든 방한 앞두고 반도체 동맹 부각
대중외교, 미중 경제전쟁 변화 대응 필요
요즘 미국은 혼자 하는 것이 없습니다.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에 이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동맹국을 모으고 있습니다. 러시아 제재에도 유럽연합(EU), 나토, 주요 7개국(G7)을 소집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인터넷 정책을 겨냥하기 위해 동맹국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유럽, 일본, 호주, 대만 등 60여개국과 새로운 인터넷 질서 구축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영·미권 5개국이 결성한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과 일본을 넣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강자가 동맹을 부르짖으면, 이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미국은 트럼프시대에 몽둥이를 들고 직접 나서는 슈퍼맨의 모습을 보이다가 바이든 시대에는 그물 쳐서 먹이 잡는 스파이더맨으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미국은 요즘 힘이 부치는지 그물치는 데 필요한 조력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오커스(AUKUS), 쿼드(QUAD) 동맹을 시작으로 뭐든 불러모아 떼로 합니다.
동맹의 배반은 '돈'(錢)에서 나옵니다. 국제관계는 돈 되면 동맹이고, 돈 안되면 동맹도 헌신짝처럼 버립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러시아의 루불화는 우크라전쟁 개전 초기에 대폭락했지만, 다시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짜놓은 동맹에서 구멍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이번 미국와의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선 명분과 원칙에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자국 이익에 손실이 생기면 미국과의 동맹에 구멍을 냅니다.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중단하면 당장 경제가 어려워집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빌미로 독일 등 유럽국가를 볼모로 잡고 있습니다. 유럽 입장에선 미국이나 카타르의 천연가스를 사면 좋지만, 그동안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받았다보니 유조선을 통한 천연가스 수입이 쉽지가 않습니다. 마땅히 보관할 시설이 없습니다. 때문에 가까이 있는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셸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속이는 꼼수도 쓰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석유 49.9%에, 타지역산 석유 50.1%를 섞어 들여오고 있습니다. 또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받기 위해서 러시아의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뱅크와 민영은행인 가스프롬뱅크를 금융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쿼드 동맹 4인방인 인도도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제재에서는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인도는 미국의 요구는 무시하고 러시아의 에너지를 사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루트 봉쇄에도 인도가 버젓이 값싼 러시아산 석유를 사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강력하게 제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지 않은 초강대국 동맹군의 대장, 미국의 맨 얼굴입니다. 중국 역시 장기계약을 통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이고 있어, 미국의 러시아 제재 연합에 구멍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담 참석하는 길에 한국에 들리는 것이지만, 먼저 한국 방문을 한다는 것은 정치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간 한국은 미국의 쿼드 동맹에서 빠지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과거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일본과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 괌과 사이판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을 경계로 중국 봉쇄를 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들고 나오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하는 쿼드 동맹을 통해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을 막고 있습니다.
제1, 2도련선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였을 때 한국은 '지정학적 파트너'로 중요했지만, 인도-태평양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쿼드 동맹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때에는 보복관세를 통한 중국의 무역규제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집권이래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의 4대 품목에서 대중 공급망 차단을 통해 중국의 굴기를 막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4대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 중국을 좌초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서 보면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동맹에서 매우 중요한 '지경학적 파트너'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생산비중은 12%에 불과합니다. 배터리 부분의 경우 0%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생산비중은 대만 23%, 한국이 21%, 일본이 14%입니다. 특히 5nm이하의 첨단반도체는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하려고 하면 미국이 바로 개입하려는 이유중의 하나도 TSMC의 첨단반도체 공장이 파괴되면 미국의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 10nm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화웨이가 5G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서 힘을 쓰는 듯이 보였지만, 미국이 TSMC의 화웨이에 대한 첨단반도체 공급을 중단시키자 바로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좋은 전략입니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다는 것은 정치외교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해관계에 철저한 나라입니다. 한국에 정치외교적으로 여러가지 유리한 점을 제공하는 바이든의 방한에는 반드시 청구서가 따라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여러 청구서 가운데 미-일-한-대만의 '반도체 쿼드'(Semiconductor-QUAD)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23%, 메모리반도체의 71%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경쟁속에서 한국을 당당하게 세울 '최종병기 활'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이자 무역흑자의 최대 효자상품입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고, 대중 최대 무역흑자 품목이 반도체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전세계 노트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60~90%를 생산하고 재수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반도체 수입만 따져보면, 전세계 반도체 판매액의 80% 가까이가 중국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세계로 나가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총수출의 25%를 차지하는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최대 무역흑자국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중수출비중은 18%로 하락하고,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공급망 봉쇄 전략은 중국의 첨단산업 봉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좋은 전략입니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최대수출 품목과 무역흑자를 내는 품목에서 큰 충격을 주는 '양날의 검'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공급봉쇄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반도체공급망 동맹은 만들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갑자기 윤 당선인의 새정부 출범 전에 중국의 6자 회담 대표가 방한하고, 대통령 취임식에 부총리급이 아닌 부주석이 참석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미루어 왔던 중국 주석의 방한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중국의 경우 당장의 압박보다는 조율과 소통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쿼드의 가장 약한 고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 일본, 대만보다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어떤 형태든지 반도체산업에서 한국과 협력을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벗어 날 수 있는 방안에 골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는 한국이 가진 대중국 전략에서 '최종병기 활'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반도체를 내세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어부지리'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원숭이 길들이는 데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는 고사의 닭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공급망 동맹에 들어가 중국의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준다면 중국은 반도체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 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만들어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50%가 넘는 품목은 1088개나 되고 70%가 넘는 품목은 653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의 대중외교는 판세 읽기와 외교력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입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대중외교도 세계 정세와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전쟁 변화에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 전략적으로 그간의 정치외교에서 기술외교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최근에는 중국 인터넷 정책을 겨냥하기 위해 동맹국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유럽, 일본, 호주, 대만 등 60여개국과 새로운 인터넷 질서 구축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영·미권 5개국이 결성한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과 일본을 넣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강자가 동맹을 부르짖으면, 이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미국은 트럼프시대에 몽둥이를 들고 직접 나서는 슈퍼맨의 모습을 보이다가 바이든 시대에는 그물 쳐서 먹이 잡는 스파이더맨으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미국은 요즘 힘이 부치는지 그물치는 데 필요한 조력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오커스(AUKUS), 쿼드(QUAD) 동맹을 시작으로 뭐든 불러모아 떼로 합니다.
동맹의 배반은 '돈'(錢)에서 나옵니다. 국제관계는 돈 되면 동맹이고, 돈 안되면 동맹도 헌신짝처럼 버립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러시아의 루불화는 우크라전쟁 개전 초기에 대폭락했지만, 다시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짜놓은 동맹에서 구멍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이번 미국와의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선 명분과 원칙에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자국 이익에 손실이 생기면 미국과의 동맹에 구멍을 냅니다.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중단하면 당장 경제가 어려워집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빌미로 독일 등 유럽국가를 볼모로 잡고 있습니다. 유럽 입장에선 미국이나 카타르의 천연가스를 사면 좋지만, 그동안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받았다보니 유조선을 통한 천연가스 수입이 쉽지가 않습니다. 마땅히 보관할 시설이 없습니다. 때문에 가까이 있는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셸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속이는 꼼수도 쓰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석유 49.9%에, 타지역산 석유 50.1%를 섞어 들여오고 있습니다. 또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받기 위해서 러시아의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뱅크와 민영은행인 가스프롬뱅크를 금융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쿼드 동맹 4인방인 인도도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제재에서는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인도는 미국의 요구는 무시하고 러시아의 에너지를 사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루트 봉쇄에도 인도가 버젓이 값싼 러시아산 석유를 사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강력하게 제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지 않은 초강대국 동맹군의 대장, 미국의 맨 얼굴입니다. 중국 역시 장기계약을 통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이고 있어, 미국의 러시아 제재 연합에 구멍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한 하는 美 바이든…반도체 쿼드 때문?
국내에서도 변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정부가 오는 10일 출범합니다. 통상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먼저 방문해 2박3일간 머물고 갑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동맹 관계를 더 굳건히 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힙니다.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담 참석하는 길에 한국에 들리는 것이지만, 먼저 한국 방문을 한다는 것은 정치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간 한국은 미국의 쿼드 동맹에서 빠지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과거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일본과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 괌과 사이판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을 경계로 중국 봉쇄를 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들고 나오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하는 쿼드 동맹을 통해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을 막고 있습니다.
제1, 2도련선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였을 때 한국은 '지정학적 파트너'로 중요했지만, 인도-태평양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쿼드 동맹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때에는 보복관세를 통한 중국의 무역규제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집권이래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의 4대 품목에서 대중 공급망 차단을 통해 중국의 굴기를 막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4대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 중국을 좌초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서 보면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동맹에서 매우 중요한 '지경학적 파트너'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생산비중은 12%에 불과합니다. 배터리 부분의 경우 0%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생산비중은 대만 23%, 한국이 21%, 일본이 14%입니다. 특히 5nm이하의 첨단반도체는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하려고 하면 미국이 바로 개입하려는 이유중의 하나도 TSMC의 첨단반도체 공장이 파괴되면 미국의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 10nm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화웨이가 5G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서 힘을 쓰는 듯이 보였지만, 미국이 TSMC의 화웨이에 대한 첨단반도체 공급을 중단시키자 바로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좋은 전략입니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다는 것은 정치외교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해관계에 철저한 나라입니다. 한국에 정치외교적으로 여러가지 유리한 점을 제공하는 바이든의 방한에는 반드시 청구서가 따라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여러 청구서 가운데 미-일-한-대만의 '반도체 쿼드'(Semiconductor-QUAD)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알고보면 최종병기 활?…'양날의 검'일수도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통제할 경우 전세계 반도체의 90%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동맹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중국의 첨단산업을 한방에 좌초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23%, 메모리반도체의 71%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경쟁속에서 한국을 당당하게 세울 '최종병기 활'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이자 무역흑자의 최대 효자상품입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고, 대중 최대 무역흑자 품목이 반도체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전세계 노트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60~90%를 생산하고 재수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반도체 수입만 따져보면, 전세계 반도체 판매액의 80% 가까이가 중국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세계로 나가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총수출의 25%를 차지하는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최대 무역흑자국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중수출비중은 18%로 하락하고,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공급망 봉쇄 전략은 중국의 첨단산업 봉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좋은 전략입니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최대수출 품목과 무역흑자를 내는 품목에서 큰 충격을 주는 '양날의 검'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공급봉쇄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반도체공급망 동맹은 만들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갑자기 윤 당선인의 새정부 출범 전에 중국의 6자 회담 대표가 방한하고, 대통령 취임식에 부총리급이 아닌 부주석이 참석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미루어 왔던 중국 주석의 방한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중국의 경우 당장의 압박보다는 조율과 소통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쿼드의 가장 약한 고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 일본, 대만보다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어떤 형태든지 반도체산업에서 한국과 협력을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벗어 날 수 있는 방안에 골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는 한국이 가진 대중국 전략에서 '최종병기 활'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반도체를 내세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어부지리'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원숭이 길들이는 데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는 고사의 닭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공급망 동맹에 들어가 중국의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준다면 중국은 반도체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 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만들어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50%가 넘는 품목은 1088개나 되고 70%가 넘는 품목은 653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의 대중외교는 판세 읽기와 외교력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입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대중외교도 세계 정세와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전쟁 변화에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 전략적으로 그간의 정치외교에서 기술외교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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