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부채 관리에 중점 둬야…외화유동성 관리 강화 필요"
"예대마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횡령사고 책임자 엄정 조치"
금감원장 "은행 대손충당금 충분히 쌓고 자사주·배당 신중해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대내외 충격에서 견디려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3일 밝혔다.

은행의 가계·기업 부채 및 외화 유동성에 대한 관리 강화와 예대마진의 적정한 수준 관리도 강조했다.

우리은행 직원의 거액 횡령 사고에 대한 책임자 문책과 더불어 은행에 내부통제 점검을 당부했다.

정 원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대내외 위험 요인을 점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원장은 "대내외 충격에도 은행이 자금 중개 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평상시 기준에 안주하지 말고 잠재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배당 등은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해야한다"면서 금감원이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자본의 충분한 적립 여부를 점검하고 경기대응완충자본 등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장은 은행이 가계 및 기업 부채 관리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금리 상승 및 자산 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우리 경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되 실수요층에 대해서는 자금 애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업 신용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종료 시 상환 부담 급증으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잘 마련해 이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원장은 외화유동성 관리 강화도 강조하면서 "금감원은 은행의 외화유동성 관리 능력과 국가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한도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취약 부문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한다면 금융 이용자의 순이자 부담이 늘어나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면서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금리 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도 요청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예대금리 공시 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정 원장은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책임자에 대해선 엄정 조치하고 내부 통제 미비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회계법인 품질관리시스템의 미비점을 점검하고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면서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해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