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농경지에 흩뿌려진 지뢰에 세계 식량위기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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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48㎞ 떨어진 마코비셰 마을에 있는 한 감자밭에선 큰 폭발음이 울렸다.

올레크 지바가가 트랙터를 몰고 밭을 갈던 중 앞바퀴가 땅에 묻혀 있던 대전차 지뢰를 건드린 것이다.

올레크는 기적적으로 가벼운 상처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지뢰 제거 전문가는 이 밭에서 추가로 5개의 지뢰를 찾아냈다.

그중 하나는 올레크가 몰던 트랙터의 뒷바퀴 거의 바로 밑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일 이처럼 우크라이나 농경지에 흩뿌려진 러시아군의 지뢰로 경작이 어려워지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레크는 운이 좋았지만 2주 전 체르니히우 인근에선 42살 농부가 대전차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매설한 지뢰와 불발탄, 부비트랩 탓에 키이우 북부와 서부에선 다수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피해자는 농부다.

농경지에 설치한 지뢰는 인명 피해 외에도 수확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파종 시기를 놓친 데다 뒤늦게 경작하려고 해도 지뢰가 있을까 봐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흑토지대여서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밀을 비롯한 곡물이 풍부하게 생산됐지만 전쟁 발발로 농업이 전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유엔은 올해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량이 예년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감소폭이 3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도 있다.

"우크라 농경지에 흩뿌려진 지뢰에 세계 식량위기 가중"
이는 우크라이나의 자급자족 능력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수출에 의존하는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곡창지대의 수확량 감소는 당연히 가격 폭등으로 연결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보다 12.6% 상승한 159.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90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다.

필연적으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는 쪽은 최빈곤층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아프리카의 굶주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소말리아는 밀 소비량의 9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콩고와 마다가스카르는 이 수치가 각각 80%, 70%에 이른다.

러시아군이 남겨놓은 지뢰가 세계 식량 위기를 촉발하는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