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대사항암제 임상에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속도를 올리고 있다. 대사항암제는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암 세포의 ‘밥줄’을 끊어 굶겨죽이는 원리의 치료제다. 몸 속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 세포를 없애는 면역항암제를 이을 차세대 항암제로 평가된다.

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바이오벤처 메타파인즈가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로 200억원을 확보했다. 메타파인즈는 삼양바이오팜 연구소장 출신인 배철민 대표가 2018년 설립한 대사항암제 개발 바이오벤처다.

대사항암제는 암 세포가 크는 데 필요한 에너지 등의 생성을 차단한다. 주로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한다. 발전소 곳곳의 기능을 막아 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는 방식이다.

메타파인즈는 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일으키는 대사 과정에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대사항암제 후보물질(ASCA101)을 개발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국내에서 임상 1상 중이고,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하반기 중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호진 메타파인즈 사업개발 담당 이사는 “글로벌 임상 1상에서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말기 고형암을 치료 분야(적응증)로 하는 대사항암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뉴지랩파마는 대사항암제 후보물질 ‘KAT’로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다. 작년엔 미국에서도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KAT는 암 세포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대사를 망가트려 스스로 사멸토록 하는 원리다.

비상장사인 하임바이오는 올 3월 말 대사항암제 ‘스타베닙’ 국내 임상 1상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6~7월, 미국은 연말께 임상 2상을 신청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작년 말 미국 바이오투자 전문 회사 A&P파트너스와 현지에 합작사를 세웠다.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는 “현지에서 추가로 자금을 유치해 글로벌 임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선욱 서울대병원 내분비학과 교수와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박사 출신인 김성근 대표가 공동 창업한 셀러스도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전임상을 거쳐 내년 말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전이성 유방암 등을 치료 분야로 고려하고 있다.

김성근 셀러스 대표는 “항암제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암 세포의 대사를 조절하는 면역대사항암제의 작용 논리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임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루츠어낼러시스에 따르면 대사항암제 시장은 2025년 3억18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21억6500만달러(2조7500억원)로 급성장이 전망된다.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하는 대사항암제 ‘아이드하이파’를 2017년 처음으로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암 세포의 대사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게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