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변호인 "납치된 채 르완다로 끌려와 투옥" 주장…미 법원에 제소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수백 명의 투치족을 구한 영웅으로 묘사된 호텔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68)가 자신의 구금이 불법이라며 르완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의 가족이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등을 피고로 4억달러(약 4천800억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 법원에서 테러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그의 가족은 르완다 정부와 고위 관리들이 공모해 미국 텍사스 자택에 있던 루세사바기나를 유인해 고문하고 그를 르완다로 데려와 평생 불법으로 가뒀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소장은 2월22일 미국 워싱턴DC 법원에 제출됐으며 르완다 정부에도 지난달 송달됐다.

소장에는 카가메 대통령과 전직 법무부 장관, 정보기관 수장 등 르완다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명됐다.

루세사바기나의 가족과 법률대리인은 4일 워싱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비롯해 최소 4억달러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에서 투치족에 대한 후투족의 무차별 학살이 벌어진 1994년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밀 콜린스 호텔의 지배인이었다
당시 이 호텔은 후투족 군사 조직인 인테라함웨 민병대의 공격을 피하려고 했던 1천268명의 후투족과 투치족 난민을 수용했다.

호텔에 체류하던 난민은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이런 사실관계에 기반해 2004년 제작·발표된 할리우드 영화 '호텔 르완다'는 루세사바기나를 난민을 보호한 영웅으로 묘사했고, 이후 그는 투치족 반군 지도자 출신의 카가메 대통령이 인권을 유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루세사바기나는 2020년 8월 그가 부룬디로 향할 것으로 믿고 있던 미국발 비행기가 키갈리에 착륙한 직후 체포돼 구금됐다.

가족은 그가 약물을 투여 당한 채 르완다로 보내졌고, 카가메 대통령의 보안 요원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뒤 불법적으로 투옥됐다고 주장한다.

2018∼2019년 르완다에서 발생한 반군 테러의 배후로 의심받아 작년 9월 유죄 판단과 함께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루세사바기나는 이달 초 항소심 법원에서도 동일한 형량이 선고됐다.

르완다 검찰은 그가 카가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르완다민주변혁운동(MRCD)의 군사조직이 2018, 2019년 저지른 테러에 가담했다며 기소했다.

그는 MRCD엔 가입했으나 군사조직 소속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