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눈총 받던 이 회사, 사흘 만에 주가 30% 폭등한 까닭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중견 철강업체인 고려제강은 타이어와 교량 등에 쓰는 쇠줄(와이어)을 생산하는 업체다. 배당에 인색한 '짠물 기업'으로도 통한다. 주주 눈총을 받는 이 회사 주가가 최근 사흘새 30% 가까이 뛰자 투자자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고려제강은 지난달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 제한폭(29.98%·6700원)까지 오른 2만905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일까지 3거래일 동안 27.29% 올랐다.

고려제강의 짠물 배당을 고려할 때 이례적 급등이다. 이 회사는 2021년 결산 배당으로 주당 300원을 결정했다. 배당성향(배당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5.31%로 작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35.41%)을 크게 밑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14억원으로 2020년에 비해 1441.59%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11년(1073억원)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배당은 15.0% 늘리는 데 그쳤다. 이 회사 '짠물 배당'에 반발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3월에 열린 고려제강 주주총회에서 배당 관련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썩였다. CPTPP 가입할 경우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로 철강 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 CPTPP 가입신청 관련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가입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부산을 근거지로 와이어·선재 사업에만 매진하며 '한 우물'을 판 이 기업은 중국과 말레이시아 공장을 운영 중이다.CPTPP 가입 이후 아태 지역 공장을 기반 삼아 역내 수출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CPTPP 가입 시점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데다 고려제강 수출 증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섣부른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제강이 주주친화책 도입에 인색한 데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투자에 부정적 변수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짠물배당을 고수하고 있지만 오너일가 지분이 상당한 계열사들은 고배당을 이어갔다.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지분율 50.25%)과 홍 회장의 장남인 홍석표 고려제강 사장(49.75%)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공작기계업체인 키스와이어홀딩스는 2021년 결산 배당으로 200억원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87.49%에 달했다. 2020년 결산배당으로는 100억원을 지급했고, 그 당시 배당성향은 101.09%에 달했다.

홍 회장과 홍 사장이 지분 52.44%를 보유한 부동산 업체인 키스트론은 2021년과 2020년 결산 배당으로 각각 133억원, 66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각각 70%, 260%에 달했다.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 키스와이어홀딩스 등 오너회사를 통해 지분 65.73%를 보유한 와이어 판매업체인 홍덕산업도 2021년과 2020년 결산 배당으로 224억원, 112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54.4%, 282.9%에 달했다. 계열사마다 실적과 재무전략에 따라 배당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고려제강만 배당성향이 유독 낮은 만큼 부정적 시선도 상당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