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결정된 바 없다"…일부에선 여론 역풍 우려 속 일각선 '사면 어렵다' 관측도
법무부 사면심사위-국무회의 일정 고려하면 곧 결단 내릴듯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MB) 등에 대한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할지를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휴일인 1일 공식일정 없이 사면 문제를 포함한 임기 말 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고심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을 필두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며, 여기에 조국 전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사면 청원도 청와대에 접수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결국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사면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자로 나서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찬반이 모두 많다는 원론적 답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만큼 사면 찬성 의견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김 전 지사 역시 동반 사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김 전 지사를 제외한다면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다만 정 교수의 경우 이른바 '조국 사태'와 맞물려 중도층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으로서도 쉽게 사면을 결정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사면 찬성 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사면 단행이 정해진다면 대상 목록에 포함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치인 사면'에는 선을 긋고 '경제인 사면'만 단행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나 김 전 지사가 아닌 이 부회장만 사면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이 전 대통령, 김 전 지사, 이 부회장이 사면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일반적 예측"이라면서도 "여론 동향 등은 이미 문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고, 이제 사면할지 말지는 오롯이 문 대통령의 결심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역풍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도 "문 대통령의 청원 답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동시에 많이 나온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었을 뿐"이라며 "사면론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기로 한다면 다음으로는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를 소집하고, 심사위 결과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현재 3일(화요일)에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고민할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3일에야 본회의를 모두 통과한다는 점에서 이를 의결하기 위한 국무회의 연기를 요청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무회의가 4일 혹은 그 이후로 연기된다면 문 대통령 역시 그만큼 사면에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기 국무회의와 별도로 임시 국무회의를 6일께 한번 더 열고, 정기회의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을, 임시 회의에서는 사면 안건을 처리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수완박 법안이나 사면 모두 반대 진영의 거센 반발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하루에 처리하지 않고 나눠서 처리하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사면을 단행하기로 한다면 검수완박 법과 동시에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