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바야 대통령, 형이자 총리인 마힌다의 퇴진에 동의"
스리랑카 물가 30% 더 폭등…대통령, 새총리 통합정부 구성 시사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의 4월 물가가 30% 더 폭등했다.

스리랑카 조사통계국은 29일 오후(현지시간) 4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9.8% 올랐다고 밝혔다.

1월 14.2%, 2월 15.1%, 3월 18.7%로 가파르게 오르던 물가가 4월에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은 셈이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1948년 독립 후 최악이라고 불리는 경제난에 직면했다.

외화가 부족해지면서 석유, 의약품, 식품 등 생필품난이 이어졌고 민생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선언한 상태다.

동시에 정부는 인도,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급전'을 빌려와 생필품 구매에 나서고 있지만 물가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은 것이다.

들끓는 민심은 정권을 장악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형제 등 라자팍사 가문으로 향했다.

수도 콜롬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 28일에는 전국 규모의 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고타바야 대통령은 통합 정부를 구성하고 마힌다 총리를 교체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퍼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의원은 이날 대통령과 면담한 후 "대통령이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고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내각을 구성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시리세나 의원은 고타바야에 앞서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연정의 일원으로 참여했다가 최근 약 40명의 의원과 함께 연정을 탈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공보국은 이날 "대통령은 의회 내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내각 참여) 요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보국은 새 총리 임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거국 중립내각을 꾸리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야권은 현재 대통령과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체제를 운용 중이다.

라자팍사 가문은 2005∼2015년에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역임했다.

고타바야는 2019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정권을 잡았고, 곧바로 마힌다를 총리로 지명했다.

스리랑카 물가 30% 더 폭등…대통령, 새총리 통합정부 구성 시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