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심각하게 침해"
'군·민간인 감청' 옛 기무사 전직 보안차장 1심서 실형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휴대전화 감청 의혹에 연루된 전 기무사 보안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기무사 보안차장으로 근무한 예비역 대령 박모(55)씨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2013년 11월∼2014년 2월 동의를 받지 않고 군인과 민간인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 및 문자메시지 약 13만건을 채록·감청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국회정보위원회에 허위 전자공문을 보낸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무사 보안처는 2011년께 휴대전화 감청장비 도입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해 2013년 1월께 장비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박씨는 이 사업에서 감청장비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관의 결재를 받아 장비를 운용하고, 국회정보위에 장비 도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감청 장비를 도입한 실적이 없다'는 취지의 전자공문을 결재하는 역할을 했다.

박씨 측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불법 감청에 해당하려면 통화내용과 문자메시지를 녹음하는 동시에 이를 청취해야 하는데 박씨는 청취한 바가 없고, 추후 국정원을 통해 승인을 받으면 문제없다고 보고를 받아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부 감청 행위를 제외한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 통화가 녹음된 사실은 증거상 명백하다"며 "채록된 이상 사용자는 언제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되므로 당장 그 내용을 청취하지 않았다고 해도 불법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박씨가 장비 운용실을 방문해 장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어떤 정보들이 수집되고 있는지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군검찰에서 박씨가 "디지털 전파분석장치라고 부르지만 내용은 감청장비"라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기무사가 불법적으로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도입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감청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통신의 비밀·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다"며 "조직적인 불법감청에 관한 박씨의 역할과 책임이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박씨는 국회에 감청장비 도입 여부를 통보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감청된 통화내용을 활용하려는 시도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뒤늦게나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장비 운용을 중단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