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자 주장…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유럽 탈원전 움직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지구 온난화 대응을 어렵게 하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만 높여 놓았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P의 그래픽 기자인 해리 스티븐스는 '원소력(elemental power)을 누가 두려워하는가'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티븐스 기자는 우선 2011년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이후 이어진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탈원전 움직임을 거론했다.

"원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높여"
이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독일이 탈원전을 선언했는데, 당시 이런 결정을 내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수년 전만 해도 원전 반대 여론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왜 폐지해야 하느냐"라고 맞섰다.

스티븐스 기자는 그러나 탈원전 때문에 오히려 지구 온난화 대응이 더 어려워졌다며 독일의 탈원전 과정에서 매년 1천100명이 석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가스와 매연 등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원전은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보다도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친환경 발전 수단이며, 발전시설을 짓는 과정에서도 다른 시설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하려 했지만, 탈원전으로 가스 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독일은 러시아 가스를 계속 수입하려 하는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스티븐스 기자는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원전에 대한 공포의 대가"라며 "전력 확보를 위해 독재자(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의존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정적인 요인 때문에 원전은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스티븐스 기자는 지적했다.

사람들이 방사능을 두려워하지만 2019년 한 해 동안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돼 걸리는 흑색종이나 피부암으로 11만8천900명이 숨졌다고 스티븐스는 전했다.

핵분열이 처음 사람들에게 소개된 것이 2차 세계 대전 때 도시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없애버린 일본 나가시마·히로시마 원폭이었고 이후 미국과 소련이 상대방을 겨냥한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시험했는데, 이런 역사적 경험이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고 스티븐스는 설명했다.

대중문화에서도 영화 '고질라'나 '체르노빌 다어어리' 등을 통해 원전에 대한 나쁜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이에 스티븐스 기자는 원자력 발전의 새로운 이름을 만들자고 제의했다.

원자력 부산물 처리 기업인 '큐리온' 창업자인 조쉬 울프가 작년 7월 트위터에서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원자력(nuclear power)의 'nuclear'(핵)을 대체해 원소력을 쓰자고 제안한 사실을 거론했다.

이렇게 하면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 폭탄의 연관성을 줄이고 원전이 태양력이나 풍력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활용하는 자연스러운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 스티븐스 기자의 생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