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숄츠 이어 크렘린궁 회담마다 눈길
그간 러 "코로나 방역"…권력과시·건강이상설 등 설왕설래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5m 길이 초대형 탁자가 또 등장했다.

이번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는 자리에서였다.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만나면서 기다란 하얀색 목재 탁자를 사이에 뒀다.

이 자리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민간인 대피, 평화 협상 등 중요한 얘기가 오갔는데, 긴 탁자를 사이에 둔 탓에 푸틴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5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는 상황이 됐다.

이 탁자는 앞서 2월 7일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하는 사진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두 정상은 크렘린궁에서 무려 5시간에 걸쳐 양자회담을 했는데, 이때 5m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숱한 추측과 풍자가 쏟아졌다.

여느 정상회담과 달리 난데없이 기다란 탁자를 사이에 뒀다는 것은 푸틴 대통령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우선 회담 당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두고 서방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였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유독 기나긴 탁자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밝힌 입장은 코로나19 방역 때문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지 며칠 뒤인 2월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크렘린궁에서 회담했는데, 여기에서 다시 5m 탁자가 등장했다.

유럽의 '쌍두마차'인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나란히 며칠 간격을 두고 크렘린궁으로 날아간 것인데, 정작 멀찌감치 푸틴 대통령과 떨어져 앉은 사진만 남게 된 것이다.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 러시아측의 유전자증폭(PCR) 테스트를 거부했고, 거리두기 일환으로 긴 탁자를 배치했다는 게 러시아 입장이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회담에서 긴 탁자가 다시 나온 것에 대해서는 아직 러시아 측 언급이 없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과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신체에서 노출되는 증세를 상대에게 포착되지 않도록 하려고 멀리 앉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달 21일 공개된 TV 영상에서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 포착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점령에 성공했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독려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관심이 쏠린 것은 다름 아닌 푸틴 대통령의 자세였다.

그는 다소 경직된 표정을 한 채 구부정하게 앉아 탁자 모서리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고 있는 모습이다.

또 탁자 끝에서 손을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았고, 밑에서는 발을 계속 까딱거리는 모습이 나왔다.

이 때문에 올해 10월 70번째 생일을 앞둔 푸틴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재차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는 달리 측근인 쇼이구 장관과는 보통 크기의 책상을 두고 가까이 앉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