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카이노스메드가 파킨슨병 치료제 ‘KM-819’의 미국 2상 승인과 함께, 추진하던 기술이전 계획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지금 팔기엔 너무 아깝다’는 이유다.

지난 21일 판교 본사에서 만난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는 “1상 완료 후 기술이전을 제안해 온 곳이 몇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2상 완료까지 기다릴 생각이지만 그 전에라도 효능이 가시화되면 기술을 높은 가격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2상 진입으로 글로벌 빅파마들과 경합하게 된 만큼,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기술이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충분한 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통해 3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있다.

파킨슨병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들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현재 상용화된 파킨슨병 치료제가 모두 증상을 완화할 뿐 병의 진행은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이노스메드보다 앞서 2상에 진입한 곳도 여럿 있다. 그럼에도 카이노스메드가 KM-819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건 독특한 표적 때문이다. 이 표적이 KM-819의 효능을 경쟁약물보다 높이는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새로운 표적을 찾아냈다. ‘FAF1’ 단백질이다. FAF1은 신경세포의 ‘괴사(necrosis)’와 ‘자살(apoptosis)’에 동시에 관여한다는 설명이다. FAF1이 과발현 또는 과활성화되면 세포의 비정상적인 죽음을 불러온다. 파킨슨병에서는 뇌 신경세포의 괴사로 도파민 분비를 막는다. 또 세포의 자살 기능을 약화시켜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에 축적되는 알파시누클레인의 분해를 저해한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하는 인체의 자살 시스템에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기섭 대표는 “여러 논문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FAF1이 정상인보다 과발현돼있음이 밝혀졌다”며 “세포 괴사에만 관여하는 다른 파킨슨병 약물과 달리 KM-819는 세포 자살 촉진 기능까지 있어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자 투약은 오는 6월께 시작한다. 2상의 예상 종료 시점은 2025년이다. 이번 미국 2상은 개발 단계가 비슷한 다른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환자 수로도 주목받고 있다. 총 288명을 모집한다. 이재문 카이노스메드 임상개발 총괄 사장은 원활한 환자 확보를 위해 미국 병원들과 직접 접촉하며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이다. 연내 참여 병원을 모두 확정하는 게 목표다.

에이즈 치료제인 ‘KM-023’도 있다. 2014년 카이노스메드가 중국 장수아이디에 기술이전했고, 지난해 중국 의약품관리국(NMPA)로부터 판매허가가 났다. 올 1월 중국에서 출시됐다.

KM-023은 ‘ACC007’과 ‘ACC008’의 두 가지 형태로 판매된다. ACC007은 KM-023과 함께 두 가지 항바이러스제를 묶음(번들)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1월 출시된 제품이 ACC007이다. 세 성분을 단일복합제로 합친 ACC008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장수아이디가 NMP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한 상태다. 올 가을께 심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 ACC008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카이노스메드는 ACC007과 ACC008 매출의 2%를 기술사용료(로열티)로 받는다. 이 대표는 “중국 에이즈 환자가 지난해 100만명을 넘었다”며 “약 판매 추세가 성장기로 접어들 경우 연 최대 100억원이 회사로 유입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카이노스메드는 KM-023을 중국 외 다른 지역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