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멍, 멍"
21일 오전 9시 제주시 용광동에 있는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산하 동물보호센터 앞. 센터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리 연락을 취해둔 본 기자가 센터로 들어가자 한 관계자가 산 채로 땅에 묻혔다 구조된 푸들이 있는 치료실로 안내했다.
치료실 밖에서 시끄럽게 들리던 개 짖는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치료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삐쩍 마른 갈색 푸들은 한눈에 봐도 생매장됐다 지난 19일 구사일생한 그 개임을 알 수 있었다.
왠지 슬픈 표정의 푸들은 오른쪽 앞발에 샛노란 붕대를 감고, 목에 고깔 모양의 플라스틱 카라를 끼고 있었다.
땅속에 묻혔을 때 발버둥 치며 생긴 상처를 치료한 뒤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한 붕대를 감고, 상처를 핥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카라를 씌웠다고 담당 수의사가 설명했다.
왼쪽 앞발에는 수액 줄이 연결돼 영양분이 공급되는 중이었다.
푸들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아직도 사시나무 떨듯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잠시 인큐베이터 안이 추운 건 아닐까 생각됐지만, 내부 온도는 34도로 뜨끈했다.
몸만 떠는 것은 아니었다.
까만 콩 같은 두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고, 표정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털을 깔끔히 깎아서인지 야위어 뼈가 앙상해진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몸무게가 2.4㎏밖에 되지 않았다.
푸들이 아직 어린가 싶어 담당 수의사에게 물었더니 "등록칩을 확인한 결과 이 푸들은 7살 암컷으로 파악됐다"고 답변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44세로, 성견인 셈이다.
성견인 소형 푸들의 평균 체중이 약 4㎏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푸들은 센터 관계자들이 치료실 문을 열어 물을 갈아 줄 때 도망가거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푸들을 치료하는 고민수 수의사는 "땅속에 얼마나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어제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불안한 상태라 계속 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고 수의사는 "약한 피부병도 있어 각질이 벗겨지고 있지만 심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사건 때문인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경계심이 강하고, 컨디션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래도 어제보다는 먹이를 잘 먹고, 배변 활동도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제주에서 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으로 묶인 채 발견된 개 '주홍이'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유기견 보호센터인 한림쉼터에 따르면 주홍이는 지난 18일 오전 두 번째 임시보호처로 이동해 지내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주홍이는 첫 번째 임시보호처에서 지내면서 먹이를 먹기 시작하고, 산책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이름처럼 주황색 옷을 입고, 임시보호자와 함께 유채꽃밭과 바닷가를 거닐기도 했다.
주홍이는 산책을 시키는 임시보호자보다도 앞서 걸을 정도로 씩씩해지고, 덩달아 표정도 한결 좋아졌다.
다만, 아직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림쉼터 측은 주홍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다리 부분과 주둥이 부분 치료했고, 다행히 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홍이는 현재 입양자를 찾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8시 50분께 제주시 내도동 도근천 인근 공터 땅속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개가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 개는 발견 당시 코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파묻혀 있으며, '우, 우, 우'하고 울고 있었다.
특히 개가 묻힌 땅 위에는 돌까지 얹어져 있던 상태였다.
앞서 지난 1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유기견 보호센터인 한림쉼터 인근에서 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에 묶인 유기견이 쉼터 봉사자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유기견을 결박한 노끈 위에는 심지어 테이프까지 감겨있었으며, 앞발은 몸체 뒤로 꺾인 상태였다.
쉼터 측에서 구조 후 유기견의 등록칩을 확인해보니 이 개는 쉼터에서 지내던 개인 '주홍이'로 확인됐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