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시절 '노보로시야' 상징성…8년간 내전 벌인 친러 성향 지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러시아가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이유가 뭘까.

미국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위시한 현 러시아 정권에는 돈바스가 역사적·상징적 의미와 함께 정치적·전략적 가치가 중대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돈바스는 18세기 후반부터 '새 러시아'라는 뜻의 이름인 '노보로시야'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 중 한 곳이다.

1783년 러시아 제국 지도자 예카테리나 2세는 크림 칸국을 멸망시키고 현 미콜라이이주, 오데사주, 헤르손주, 크림반도 등과 함께 돈바스를 묶어 노보로시야 자치령을 세웠다.

그런 만큼 돈바스는 서쪽으로 팽창하던 러시아 제국의 역사적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크라이나 연구자 로리 핀닌 교수는 "돈바스 내 루한스크나 도네츠크가 같은 곳은 러시아가 과거 특정 시기의 자국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후 노보로시야 지역은 흑해를 끼고 외부 세계와 관문 역할을 하며 전략적 요충지가 돼 여러 산업이 발달했다.

1920년대에는 일부 포스터가 돈바스를 '러시아의 심장'으로 그려냈을 정도로 당시 소련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이나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길 원한다고 진단해왔는데, 이런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돈바스 지역의 점령이 그 첫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하버드 대학 우크라이나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마르키안 도브찬스키는 "돈바스는 상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소련 전역에 원료를 공급해왔던 지역이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돈바스가 8년간 친러시아 세력과 정부군이 내전을 벌인 지역이라 현실적으로 점령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러시아가 이 곳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의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에 맞춰 이번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하려 한다고 분석했었다.

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가량 남은 승전기념일까지 국내외에 '승리'를 입증할 만한 일정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사미르 푸리 선임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돈바스를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양분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곧 국내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이번 침공이 실패했다고 하는 비판 세력을 누르는 데 충분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키이우가 자국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마당에 돈바스 점령은 좋은 위로가 될 만한 상"이라고 덧붙였다.

돈바스 지역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이 곳에 들어선 두 분리주의 세력이 내전을 벌여온 격전지다.

지역 주민 역시 친러 성향 비율이 높고, 침공 전부터 수십만명이 러시아 여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주권을 지난달 21일 승인한다고 발표한 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