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희찬 기자(오른쪽)와 캐디 월터 굿윈  이 12번홀에 있는 벤 호건 브리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 조희찬 기자(오른쪽)와 캐디 월터 굿윈 이 12번홀에 있는 벤 호건 브리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조희찬 기자의 골프백을 멘 월터 굿윈(72)은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만 12년을 일한 베테랑 캐디다. 오거스타GC를 찾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라운드를 도왔고, 2018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패트릭 리드가 오거스타GC에 놀러올 때 찾는 ‘지명 캐디’이기도 하다.

오거스타GC는 캐디 선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굿윈은 “대다수 동료가 10년 이상 골프 관련 경력을 가진 채 들어왔다”고 했다. 그 역시 이곳에 오기 전에 20년 동안 캐디 및 골프장 관리인 등으로 일했다.

오거스타GC 캐디 경쟁률은 20 대 1 수준이다. 지원자 20명 중 한 명꼴로 흰색 캐디복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열 번 넘게 낙방한 캐디지망생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이곳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미국 정계와 재계를 주무르는 명사(名士)들”이라며 “이들과 한나절을 함께하는 만큼 최고 수준의 골프 관련 지식과 경험은 물론 인성도 좋아야 한다는 게 오거스타GC의 판단”이라고 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면 확실한 대우를 받는다. 미국 채용정보 사이트 ‘컴패러블리’에 따르면 오거스타GC 캐디들은 급여로만 최대 6만달러를 받는다. 손님들이 비공식적으로 찔러주는 팁은 별도다. 기자는 캐디 역할은 물론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준 그에게 200달러를 건넸다. 기자가 “(100달러에 얼굴이 그려져 있는 미국 전 대통령) 벤저민 프랭클린 두 장”이라고 하자 “두둑하네. 고맙다”고 했다. 팁이 많다고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오거스타GC 캐디들이 받는 팁은 수십달러부터 수백달러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팁을 안 받는다고 한다. 골프장 곳곳에 카메라가 숨어 있어 캐디가 골퍼들에게 팁 받을 ‘타이밍’을 알려준다는 얘기도 했다. 캐디들은 오거스타GC가 정비를 위해 문을 닫는 5~10월에는 다른 골프장에서 일해도 된다. 이 기간에 벌어들이는 수익을 감안하면 오거스타GC 캐디의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특전도 있다. 1년에 한 번 오거스타GC에서 라운드할 수 있다. 다만 일정은 골프장이 ‘통보’한다. 날짜는 바꿀 수 없다.

오거스타GC를 찾는 골퍼들은 1인 1캐디를 배정받는다. 지명하지 않으면 골프장이 배정한다. 한국과 달리 현장에서 현금으로 캐디피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캐디피와 그린피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오거스타GC 회원만 결제할 수 있다.

오거스타GC 캐디들은 흰옷만 입는다. 개장 첫해인 1933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들이 주로 캐디를 했는데, 설립자들은 이들이 흰옷을 입어 조금이나마 ‘똑똑해 보이길 원했다고 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