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文정부 재정건전성 악화 비판…물가 상승세 우려는 한목소리
'알박기' 논란·론스타·산은 민영화 관련 비판도 나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물가와 금리 등 정책 질의가 주를 이뤘다.

여야는 이 후보자에게 경제정책 관련 질의를 던지는 과정에서 새 정부와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교차적으로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주체들에 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데 새 정부 인수위는 LTV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정반대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여러 규제를 동시에 완화하면 주택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LTV를 완화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그대로 두면 고소득자만 혜택을 보게 될 수 있다"며 "실수요자를 고려한다고 해도 대출규제는 완화하면 안 된다.

지금 급한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윤 당선인이) 50조원 손실보상을 하고,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대출 규제도 완화하고 감세도 하겠다고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물가를 잡겠다고 한다"며 정책 '엇박자'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코로나19 영향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5년간 예산규모를 많이 늘리고 적자국채를 발행한 것도 물가 상승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채가 400조원이 불어나면서 비기축통화국으로는 국가채무비율이 40%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는 금기가 깨졌다"며 "늘어난 국가채무가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의 어려움과 물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우려를 보이며 이 후보자에게 적절한 대처를 주문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높은데 다중 채무자나 2030세대, 자영업자, '영끌족' 등의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하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 후보자의 단호한 소신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와 관련한 '알박기 인사' 논란이나 론스타펀드·산업은행 민영화 관련 의혹 제기도 있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측과 사전협의 없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마지막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제안이 왔어도 (이 후보자) 본인이 거절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제안이 왔을 때 개인적으로 제가 제 임무를 할 수 있을지 많은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위원들이 제가 전문성이 충분한지 판단해주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 후보자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당시 론스타펀드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제대로 심사했다면 은행을 인수하고 지배할 자격이 없는 해외투기자본에 천문학적인 매각투기 자본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다시 불리한 위치에서 5조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자는 "론스타가 보내준 자료가 원자료와 다르고 확인 절차가 계속됐고 확인되더라도 주식매각 명령을 내려야 하는지 논의가 있어 시간이 갔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가 금융위 부위원장 때 주도했던 산업은행 민영화가 무산된 것과 정책금융공사가 산은에 흡수합병된 것을 두고는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섣부르게 밀어붙인 정책으로 혈세 2천500억원을 날렸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한국 금융 역사상 대표적 정책 실패사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이 후보자가 한국과 미국에 6채 집을 가지고 있고 자녀 학비에 20억여원을 쓴 것을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집은 서울에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이며 미국의 많은 집은 아들딸이 워낙 여러 지역에 있어 렌트를 한 것이다.

교육비는 미국 대학 학비가 7만∼8만달러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이 후보자는 화려한 색감과 복잡한 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청문회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통상 청문회에 나오는 분은 넥타이 색깔을 단색으로 해 의지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집사람이 줘서 굉장히 잘 쓰는 넥타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매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던 이 후보자는 "제가 거의 6∼7개월 투병 생활을 해서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삶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감사하고 있다"며 "두 번째 삶을 사회를 위해 더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이 줬다고 생각해 (공직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