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의 임상 1상 중간결과에서 ‘부분 관해(PR)’를 확인했다. 미국 블루프린트 메디슨스와 경쟁할 만한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20일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BBT-176의 임상 1·2상 첫 단계인 용량상승시험의 중간결과, 16명의 피험자 중 2명에게서 암세포가 30% 이상 감소하는 부분 관해를 관찰했다. 한 명은 종양의 크기가 최대 51%까지 줄었다.

이번 임상은 기존 표적 항암 치료에도 내성으로 질병이 진행된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회사는 기존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투여 이후 나타나는 ‘C797S’ 돌연변이를 포함한 삼중 돌연변이에서 후보물질의 효력을 확인해 고무적인 성과라고 자평했다.

BBT-176는 신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인산화효소 억제제(EGFR TKI)다. 3세대 약물인 ‘타그리소’와 ‘렉라자’ 등의 치료 이후에 나타나는 C797S 돌연변이를 저해하는 기전이다.

흔히 1·2세대 EGFR TKI를 복용한 후에는 ‘T790M’ 변이가 진행되고, 3세대 EGFR TKI 복용 이후에는 C797S 변이가 나타난다. 현재까지 3세대 약물 치료 이후 진행되는 변이와 내성 등에 대해 승인받은 치료제는 없다.

브릿지바이오의 BBT-176는 C797S 변이에 대응하는 4세대 약물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임상에서 2주기(6주)로 컴퓨터단층촬영(CT)과 액체생검을 통해 종양의 변화를 관찰한다. CT를 통해 암에 성장이 없고 용량제한독성반응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BBT-176를 복용하는 방식이다.

1상 중간결과, 현재까지 누적된 피험자 16명 중 6명은 질병의 추가적인 진행 없이 6주 이상 BBT-176을 복용했거나 현재까지 투약을 지속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이중 두 명에게서 방사선학적으로 종양의 크기가 각각 51%와 30% 감소함을 확인했다. 특히 종양 크기가 51% 감소한 환자는 BBT-176이 표적하는 C797S를 포함한 삼중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C797S 양성 삼중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BBT-176의 항종양 활성을 확인해 고무적이란 것이다.

또 병변이 더 악화하지 않는 ‘안정 병변(SD)’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대 289일 이상 장기 복용하는 피험자 등의 사례도 관찰됐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51% 종양이 감소한 환자는 타그리소에 대한 내성으로 BBT-176을 복용하고 141일째 약물을 지속 투여하고 있다”며 “아직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에는 피험자 수가 많지 않지만 이외에도 네 명의 피험자가 질병 진행 없이 SD를 보여, 복용 주기가 늘어날수록 고용량군에서 좋은 추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전성과 내약성도 확인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다섯 번째 용량군에서 최대 480mg까지 투여했을 때 경미한 이상반응만을 확인했다. 모든 환자에서 BBT-176를 복용한 후 용량의존적으로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약물의 내약성 및 약동학적 특성도 확인했다고 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다섯 번째 용량군에서 3명의 환자를 추가로 모집해, 최대 내약용량(MTD)과 임상 2상 권장용량(RP2D)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C797S 양성 삼중 돌연변이 환자를 추가해 보다 심도있게 표적 환자에서의 약물 효력, 내약성, 안전성 등을 살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세계폐암학회(WCLC)나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액체생검 검사 결과 등을 포함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1상이 마무리된 이후 FDA에 임상 1상 종료 회의(End of Phase 1 Meeting)를 신청하고 긴밀한 협의를 거쳐, 2상 결과만으로 약물의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를 밟기 위한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물질, 중간결과서 30% 종양 감소 확인

브릿지바이오에 앞서 경쟁사인 블루프린트 메디슨스가 임상 중간결과를 내놨다. 현재 세계에서 C797S 변이 표적 EGFR TKI의 임상을 진행하는 회사는 브릿지바이오와 블루프린트 뿐이다. 블루프린트는 이달 초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BLU-945’의 1·2상 개념증명 데이터를 발표했다.

블루프린트는 1·2상에서 타그리소를 포함해 최소 3차 치료 받은 폐암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BLU-945를 하루 한 번 25~400mg 투여했다. 시험 결과 한 명의 환자에게서 ‘미확정 부분반응(uncomfirmed PR)’이 관찰됐다. 블루프린트가 공개한 AACR 초록에 따르면 고용량(400mg) 환자에서 30%의 종양 감소를 확인했다. 4~5등급의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블루프린트는 브릿지바이오보다 임상 시작 시기가 6개월 늦었지만, 인체 대상 임상 발표는 앞섰다. 다국가 임상이었기 때문에 환자 모집이 더욱 잘 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쟁사가 좋은 데이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점은 브릿지바이오의 사업개발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초기 결과이고 모집 환자군의 차이 등으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브릿지바이오의 이번 발표는 블루프린트에 견줘볼만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어 ”브릿지바이오의 안전성 확인 및 2상 용량 선정이 중요하다“며 ”안전성 및 효능 측면에서 우월하거나 표적 시장이 더 크다면 기술이전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C797S 이중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도 개발…시너지 기대”

타그리소로 인한 C797S의 변이에는 두 종류가 있다.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복용하면 이중 변이가 나타나고, 1~2세대 치료제와 타그리소를 모두 복용하면 삼중 돌연변이가 나타난다고 브릿지바이오 측은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C797S 양성 이중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BBT-207’의 전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BBT-176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다양한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폐암 치료법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EGFR 저해제 시장은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안착과 경쟁약물들의 병용 확대 전략으로 많은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타그리소의 1차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타그리소의 사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C797S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봤다. BBT-207과 BBT-176을 통해 유연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연내 미국과 한국에 BBT-207의 1상을 신청하고, 내년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예나 기자